[비바100] "약 드실 시간이에요"…AI 돌봄로봇이 효자네

김아영 기자,안동이 기자,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1-09-07 07:00 수정일 2022-05-26 22:39 발행일 2021-09-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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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는 요즘 100세 시대를 겨냥한 ‘에이징 테크(Aging Tech)’가 주목받고 있다. ‘돌봄 사각지대’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노인 돌봄 로봇 등 앞선 기술로 메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장에서 적지않이 효과를 보고 있다. 관련 산업도 미래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 중이다. 하지만 아직 제도와 규정이 미비해 광범위한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국내 노인 돌봄 서비스 현황, 전망 및 과제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 전국 지자체들 돌봄 로봇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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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가 보급한 AI 반려로봇 '마포둥이'

노인 돌봄 로봇 등 이른바 ‘소셜 로봇’은 인공지능을 탑재해 일정 수준의 소통과 감정공유가 가능하다. 질병 감지는 물론 심리적 안정도 도울 수 있어 지자체들은 혼자사는 고령자 지원과 돌봄 인력 대체의 일환으로 소셜 로봇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마포구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월에 지역 노인 400명에게 AI 반려로봇 ‘마포동이’를 제공했다.

일정·정서·안전 관리와 치매예방 등의 프로그램을 갖춘 이 로봇은 우울증과 만성질환, 인지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돌본다. 지금은 인형 형태지만 10월부터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연동 기능도 추가돼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마포구 노인돌봄팀 이정은 주무관은 “코로나로 대면 서비스에 제한이 많아 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돌봄 로봇이 코로나 시대 어르신들의 우울증 같은 문제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분석하는 작업도 가천의대 길병원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데이터 작업이 완료되면 더 많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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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플랫폼 AI스피커 로봇 '다솜이'

서울 종로구도 이달부터 AI 돌봄 로봇 효돌이·효순이·다솜이를 본격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 ‘원더풀 플랫폼’이 개발한 AI스피커 겸용 로봇 다솜이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응급알림 서비스, 보호자와 이용자 간 영상통화 뿐만 아니라 “도와줘” “살려줘” 같은 음성 명령시 즉각 119로 연결되는 기능까지 추가해 다른 로봇들과 차별화했다.

효돌이 효순이
대표적인 AI 돌봄로봇 '효돌이 효순이'. 지금은 인형 형태지만 스마트폰 앱 기능이 탑재되면 가족돌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 아산시도 지난해 12월부터 AI 돌봄로봇 효돌이와 효순이를 지역 혼자사는 노인 130명에게 전달했다. 효돌이 효순이는 노인들의 복약지도와 말동무 기능을 제공한다. 로봇에 탑재된 센서에 일정시간 이상 노인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사회복지사에게 알림이 가게 설정되어 있어 고독사 방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 원주시 역시 스타트업 제조사 서큘러스가 제작한 소셜 로봇 ‘파이보’를 노인 200명에게 보급했다. 센서를 통해 주인을 식별 가능하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넬 수 있어 혼자사는 노인들이 외로움을 달래준다.

◇ 초고령사회 일본, 소셜 로봇 상용화 박차

파페로
일본의 대표 돌봄로봇 ‘파페로’. 발성 트레이닝에 특화된 로봇이다.
한국보다 30여년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 역시 AI 소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지 소프트가 2016년에 개발한 노인 커뮤니케이션 로봇 ‘팔로’는 복지시설 1000여 곳에 보급됐다. 소소한 일상의 질문을 던져 대화를 유도함으로써 노인의 사회화를 돕는다. 춤 동작을 가르치며 신체 활동도 향상시킨다. 센서를 통해 제공하는 체조 프로그램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면 프로그램 단계를 자동 조절한다. 노인복지시설들은 팔로 도입 후 뒤쳐지는 노인 없이 단체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졌다.

NEC솔루션 이노베타가 개발한 ‘파페로’는 언어능력이 퇴화된 노인들 위한 발성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노인들에게 간단한 단어를 외치면 노인들이 따라하고 로봇이 발성을 체크해 준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디지털 미러’는 디스플레이와 거울이 붙어있어 노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신체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비눗방울, 풍선껌 등을 만지고 터뜨리며 즐거운 운동을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소프트뱅크가 제작해 보급중인 ‘페퍼(Pepper)’는 인간의 4가지 감정인 ‘희노애락’을 인식하며 자신의 심리상태도 디스플레이로 표현해 노인들의 인지기능 향상을 돕는다. 당시 판매 1분 만에 1000대 매진 기록을 세우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고령사회 진입이 빨랐던 탓에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다. 돌봄 로봇 중개연구와 서비스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국립재활원 송원경 재활보조기술 연구과장은 “현재 국내 돌봄로봇 시장은 막 형성되는 단계”라며 “5000억원 규모의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급속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웨어러블 기기 

메모워치
국내 ICT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 휴이노(HUINNO)사가 보급 중인 ‘메모워치(MEMO Watch)’.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 케어 기술은 이제 응급상황이나 질병을 사후에 대처하는 수준을 넘어 노인 질병 및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IT) 기술이 접목된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를 활용한 노인들의 건강상태 진단 및 사고 방지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해외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로 사용자 건강상태를 주변인에게 알리는 케어 연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미국 ‘CarePredict’사의 ‘Tempo Series3’가 대표적이다.추적 센서로 이용자의 패턴 변화를 인지하고 개인의 영양 상태나 신체 기능의 변화, 나아가 우울증 여부까지 진단한다. 사용자 패턴이 변화하면 간호사나 가족에게 알린다. 간병인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터치 버튼 콜 시스템 및 SOS 요청 기능은 독거 노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도 유용하다.

한국에서는 불과 2년 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의료서비스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2019년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일시적으로 규제에서 열외 시켜 주었다. 이후 2년 동안 국내에서도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기업 투자 및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ICT 규제샌드박스 1호 휴이노(HUINNO)사의 ‘메모워치(MEMO Watch)’이다. 손목에 착용해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하고,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등 이상 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이다. 2020년 2월 상품 출시부터 같은 해 3월부터 9월까지 임상시험을 거쳐 현재까지 33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웨어러블 디바이스 최초로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선정됐다.

김아영·안동이·이지은 기자 a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