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행복한 노년 만드는 소일거리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1-09-09 15:00 수정일 2021-09-09 15:01 발행일 2021-09-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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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임병량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노인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소망이 가장 크다. 세기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상적인 삶이란 일 하고, 사랑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이 되면 4고(苦)에 힘들어한다.

빈곤의 고통, 질병의 고통, 고독의 고통, 무위(無爲)의 고통이 불안과 위축으로 몰아가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소일거리가 있어야 삶의 원천이 된다. 소일거리는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 취미활동을 통해 친교도 맺을 수 있다. 취미가 비슷하면 동질감을 통해 소통이 원활하고 감정 에너지가 힘을 발휘한다. 그들이 함께하면 지역사회에 봉사와 나눔 행사에도 적극적이고 행복감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찾아가 또래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노인복지시설이 잘되어 장기, 바둑, 당구, 탁구, 게이트볼,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여파로 복지시설이 문을 닫아 갈 곳 없다. 노인들이 방콕 생활에 지루하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어 온라인 강연이나 동영상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있다. 온라인은 노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아직은 한계가 있다.

최근에 경로당이 운영한 공동작업장을 찾았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송문2리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송동경로당(회장 양일선)에서 운영한 공동작업장에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도루코면도기 포장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놀림은 모두가 숙련공이 되어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활기차게 일한 모습이 존경스럽다.

양일선 경로당 회장은 “회원 36명은 70대 후반에서 80대가 대부분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도루코 회사의 포장 일손을 도우면서 용돈도 벌고, 불우이웃돕기와 자원봉사로 정으로 맺어진 이웃입니다. 동네 애경사는 물론 가족들의 건강까지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홍순례(86·경로당 회원) 씨는 “손주 12명에게 매달 용돈을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소일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포장하는 일은 손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도 됩니다. 쉬는 시간에는 실버 체조와 웃음 치료로 한바탕 웃습니다. 소일거리가 있으니 수입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지만, 아직은 큰 문제 없이 소통할 수 있으니 괜찮아요. 손주들로부터 인기 있는 왕할머니입니다”라고 하면서 웃었다.

유충희 지회장(용인시 처인구지회)은 “공동작업장은 ‘노인의 4고(四苦 : 가난, 질병, 무위, 고독)’를 한 번에 해결해 줍니다. 일을 통해 건강이 좋아지고 회원 간의 친목도 돈독해집니다. 송동경로당은 ‘제18회 경기도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우수경로당 분야 경기도지사 표창(2014),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2016)에 선정된 모범 경로당입니다”라고 칭찬했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인들의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 일할 능력과 의욕이 충분하지만 소일거리와 취미생활 없는 노후의 일상은 질병을 키운 온상과 비슷할 뿐이다. 경로당이 오락에만 그치지 않고 건강한 노인에게는 생산하는 일을 찾아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 일자리는 가난과 질병에서 해방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길이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