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글로벌 반도체 M&A, 韓 기업 돌파구는?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8-31 15:10 수정일 2021-08-31 15:12 발행일 2021-08-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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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등 시설 투자 등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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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19 모습.(사진제공=SK하이닉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도에 잇따른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반도체 기술 유출과 과점 우려로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을 위해 M&A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400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합병에 대해 2단계 심층 조사를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경쟁을 중대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영국 경쟁당국의 입장이다. ARM이 퀄컴, 애플, 삼성 등 유수 기업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하는 만큼, 인수 시 기술 독점 가능성과 자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제기된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오시아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일본 정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WD는 키오시아 본사를 일본 외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시설과 본사 등의 해외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공급망이 자국 내 분업체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무역협회는 관련 보고서에서 기존 반도체 공급망이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위기 회복력에 중점을 두고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등으로 중국 등 주요 경쟁당국의 반독점심사 문턱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M&A 성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도 지연시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미국 퀄컴과 네덜란드의 NXP 인수합병 건을 시작으로, 2019년에도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과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승인을 지연시켜 인수합병을 막은 전례가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M&A를 통한 대전략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셈이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사업부 간 9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건은 연내 목표로 중국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의 M&A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인텔의 인수합병 성사 시에도 관련 시장 점유율은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돼 독과점 우려는 낮다. 중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위협 우려에서도 한발 비껴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차이나 인사이더전략 등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SK하이닉스가 중국 등에 지속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인텔이 중국 다롄에 낸드사업부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M&A 승인을 거부하거나 지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 반도체 확장공장을 본격 가동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해당 M&A 심사는 파이널 리뷰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재편기에서 M&A를 위한 줄타기 외교 외에도 독자적인 기술개발 전략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향후 반도체 산업 확장을 위한 두 가지 루트 중 하나가 M&A와 R&D다. 다만 M&A에 치중한 전략은 위험하며, R&D 등과 관련 시설 투자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