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7% 등기 임원 재직…일부는 전문경영인의 3배 보수받아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8-24 13:40 수정일 2021-08-24 13:40 발행일 2021-08-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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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 10대 그룹 소속의 계열회사 중 총수 및 총수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 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그룹은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주요의사결정 권한에서 벗어났지만 전문경영인보다 많게는 3배 가까운 보수를 받으면서 책임경영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4일 대신경제연구소가 상위 10대 그룹 소속의 계열회사 736개사를 조사한 결과 총수가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은 총 11개사로 1.5%에 불과했다. 총수의 2세와 3세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은 3개사(0.4%),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은 55개사(7.5%)로 집계됐다.

10대 그룹 중 총수일가의 등기 임원 등재가 가장 높은 그룹은 GS그룹으로, 80개 계열회사 중 18개사에 등재돼있었다. 가장 낮은 비율은 LG그룹으로 70개 계열회사 중 1개사에 등재돼있었다. 특히 삼성그룹(이재용), 한화그룹(김승연), 현대중공업그룹(정몽준), 신세계그룹(이명희), CJ그룹(이재현)은 총수가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계열사 어느 곳에서도 등기 임원으로 등재돼있지 않았다.

그 중 한화, 신세계, CJ는 총수가 등기 임원에 등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총수 및 총수일가의 일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함으로서 그룹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일부 그룹에서는 미등기 임원인 총수일가가 등기 임원인 전문경영인보다 월등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J그룹에서는 이재현 CJ 회장이 전문경영인 대비 3.3배, CJ제일제당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전문경영인의 2.4배, 이미경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의 2.5배의 보수를 받고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전문경영인 대비 2.1배, 이마트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의 1.6배, 정재은 명예회장이 전문경영인의 1.3배, 이명희 회장이 전문경영인의 1.3배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이 전문경영인의 1.7배,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에서는 전문경영인의 1.5배, 롯데칠성음료에서는 1.9배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이 전문경영인의 1.2배를 받았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과 그에 따르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므로 총수 및 총수일가의 등기 여부는 책임경영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남은 팀장은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기업집단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지 않은 점은 책임경영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승계작업과 총수일가의 사익추구가 이슈화되면서 총수일가가 가족경영으로부터 거리를 둔 탓이지만, 문제는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서 받는 보수가 전문경영인보다 많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일부 그룹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의사결정 책임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음에도 전문경영인보다 월등한 보수를 받는 현상은 기업 스스로 책임경영을 개선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