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NH증 신용대출 중단…과잉 유동성 조정 증시로 확대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8-23 16:04 수정일 2021-08-23 16:08 발행일 2021-08-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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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전경 (사진=연합뉴스TV)

국내 증시 하락에도 증권사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금액은 여전히 25조원을 넘나들자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가계대출 조이기(시중유동성 축소)가 은행에서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카드사에서 증권사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에 나서면 금융권의 긴축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오전 8시부터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른 담보대출 서비스 중단”이라고 밝혔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부터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다만, 두 증권사 모두 매도 담보 대출은 가능하며 보유한 대출 잔고는 요건을 충족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되며, 그 중 100%는 중소기업과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된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금액이 빠르게 늘면서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집계된 ‘빚투’ 금액인 신용융자잔고는 25조3656억원이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915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조4506억원이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25조원을 넘어선 뒤 4거래일 연속 25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 사이에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말(1.99~3.51%) 대비 하단이 0.97%포인트 올랐다. 4대 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62~4.13%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에 가계대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지시했다. 지난 주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 SC제일은행은 일부 대출 상품을 중단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첫 번째 과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계획은 내년까지 4%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욱 강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 윤원태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부 은행들의 대출 중단은 타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넘어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겠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은행들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6%)에 도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2분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6%)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신용대출 축소 영향은 주식시장과 같은 자산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체 대출 증가율을 목표치 수준으로 낮추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도 전세가격이 급등해 이에 동반한 주택시장 과열 현상도 지속되겠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상향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 전세가격 상승에 밀려 대출을 늘리는 현상을 금융당국이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