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배터리 등 대미 투자보따리 공개 임박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8-17 16:17 수정일 2021-08-17 16:20 발행일 2021-08-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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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앞둔 삼성전자<YONHAP NO-3663>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인 대미 투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들의 현지 시찰도 잦아지면서,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과 삼성 SDI 배터리 공장 후보지 결정이 임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광복절 연휴 기간 자택에서 일부 경영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우선적으로 반도체 투자와 관련한 현안을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170억달러(19조5000억원)을 투자해 제2 파운드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3나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공장이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공백 등으로 부지 선정이 계속해서 늦춰진 상황이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55%에 달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7%를 기록했다. TSMC는 내년 3나노 공정 진행을 선언하며 압박의 수위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인텔 역시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 투자를 결정하며, 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한 상황이다.

삼성이 미국 파운드리 공장 관련 의사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현재 신규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를 놓고, 관련 주들과 인센티브 등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공장(SAS)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 카운티와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와 함께,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등 5곳이 예상 후보지로 꼽힌다.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보고 있는 곳은 텍사스주 오스틴이다. 2012년부터 공정을 진행한 삼성 파운드리 공장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공장 증설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월 한파로 인한 오스틴시의 단전·단수 조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스틴과 60km 거리인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시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윌리엄슨 카운티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도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 임원진은 제네시 카운티의 과학기술첨단제조산업단지(STAMP)를 방문했다. 대규모 산업단지 인만큼 전력과 물, 인력 등의 수급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임원진들은 척 슈머(Chuck Schumer) 뉴욕주 미 상원의원의 초대로 관련 산업단지의 방문·실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론된 5곳 등 후보지에 대한 부지 결정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업계에서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에 대한 내부 결정이 임박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공장 증설에 대한 의사 결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미국 지방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제시 시점 등도 의사결정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의 대미국 투자행보는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SDI가 북미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결정하면서, 미국 일리노이주 등이 새롭게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로이터통신은 딕 더빈(Dick Durbin) 미 연방 상원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삼성SDI가 미국 일리노이주 중부 노말(Normal)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로 인해 미국 파운드리 공장과 배터리 업체 공장 신설에 대한 의사결정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