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빛바랜 게임 대장주…거래 첫 날 공모가 10% 하회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8-10 15:51 수정일 2021-08-10 17:59 발행일 2021-08-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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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이 코스피 상장 첫 날 공모가보다 8% 넘게 하락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설정된 뒤 상한가)’은 커녕 시초가마저 공모가를 10% 가까이 밑돌았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업종 대장주를 꿰차는 데 성공했으며 주요 글로벌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 추가 하락 시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첫날, 투자자의 만족도는 각각의 마음에 달린 하루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크래프톤은 시초가 대비 5500원(1.23%)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8.84% 낮은 가격이다.

크래프톤은 이날 오전 공모가보다 9.94% 낮은 44만8500원에서 출발했다. 장중 48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하락세로 돌아선 뒤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상승 전환했다. 장중 40만500원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코스피 19위(우선주 제외)다. 기존 게임업종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17조8925억원)을 앞서면서 코스피 상장 첫 날 게임업종 대장주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으나 시장을 실망시켰단 평가를 피할 순 없게 됐다.

크래프톤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이유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가장 크다. 크래프톤은 상장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아 희망 공모가 범위를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당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 등 글로벌 기업을 제시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공모주 청약에서도 올해 상장한 다른 ‘대어(大魚)’들에 크게 밀렸다.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크래프톤은 공모주 청약에서 5조358억원의 금액을 모았는데, 이는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다른 공모주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1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 대비 현저히 적은 금액임은 물론 중복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020억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전체 의무보유 확약률이 22.05%로 낮아 상장 초기 물량이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헤쳤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공모결과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의 태도가 긍정적이지 못하다”며 “상장일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은 최근 대규모 기업공개(IPO) 종목들 중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미확약 지분율이 5.6%로 카카오뱅크의 2배 수준에 가깝다는 것.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글로벌 주요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가능성이 높아 추가 하락 시 저가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경범 연구원은 “우리사주 실권과 기관투자자들의 낮은 확약률은 지수 편입 확률을 높이는 유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크래프톤의 공모가 매력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진구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주당 적정가치는 58만원, 시가총액은 28조원으로 이는 공모가 기준 16%의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며 “크래프톤의 신작 성과 가능성과 지적재산권(IP) 확장성,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최대로 반영한 결과치”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72만원을 제시했다. 메리츠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게임의 역사를 바꾼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생존게임”이라며 “지난해 펍지 모바일의 글로벌 매출액은 26억달러로 중국을 제외한 1위로, 게임 역사상 중국과 미국에서 히트한 유일한 IP”라고 강조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