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외면한 크래프톤…게임 대장주 흔들릴까?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8-04 12:04 수정일 2021-08-04 16:36 발행일 2021-08-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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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게임 화면 (사진=크래프톤)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 흥행 실패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비싼 주당 가격과 함께 밸류에이션 논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공모주 슈퍼위크(Super week)’로 자금이 분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크래프톤의 향후 주가 흐름과 공모주 시장 전망에 촉각이 곤두선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전날 마감된 공모주 청약에서 5조358억원의 금액을 모았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20일 이전에 수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여러 증권사에 걸친 중복 청약이 가능했지만, 마찬가지로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1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 대비 현저히 적은 청약 금액이 몰렸다. 또, 중복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020억원)와 비교했을 땐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7.79대 1로 집계됐으며, 청약 건수는 3개 증권사 통틀어 총 29만6539건으로 카카오뱅크(186만44건)의 16%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수요예측에서도 234.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1000대를 넘어섰던 다른 공모주들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바 있다.

이처럼 크래프톤이 다른 ‘대어(大魚)’ 대비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부담스러운 주당 가격이 꼽힌다. 크래프톤의 확정 공모가는 49만8000원이며, 최소 청약 단위인 10주를 청약하기 위해선 249만원이 필요했고 중복 청약시 747만원이 필요해 소액투자자들에겐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최소 청약 증거금은 19만5000원이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으로 코스피 상장과 동시에 엔씨소프트(17조7827억원)를 제치고 게임업종 ‘대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크래프톤의 수익 구조가 배틀그라운드에 집중된 만큼 대장주 자격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마지막으로 다른 공모주들의 청약 일정과 겹치면서 자금이 분산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기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던 채용 플랫폼 업체 원티드랩의 청약에는 크래프톤보다 많은 5조53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는데, 이 기간 크래프톤의 청약을 취소하고 원티드랩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가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공모가보다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KTB투자증권 김진구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주당 적정가치는 58만원, 시가총액은 28조원으로 이는 공모가 기준 16%의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흥행 실패와 별개로 공모주 시장 흥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DB금융투자 이승우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대어급들의 상장 이후 흐름과 주가 지수, IPO 주식의 공모가 하락 등에 따라 변화될 수 있어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유동성 매력도가 높은 공모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IPO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