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유 업계 '대수술'에 K-석유·화학 웃을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8-03 13:02 수정일 2021-08-03 13:53 발행일 2021-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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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7월·8월 석유 생산량 감소 전망
'티포트' 규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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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중국이 정유 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글로벌 석유 시장이 생산량 감소에 처하고 있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이러한 시장 변화가 ‘반사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석유 화학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소규모 독립계 정유 업체(이하 티포트)들의 가동률 하락 등에 이달과 다음 달 원유 정제 규모가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중국 정부가 투자 과열로 난립한 티포트들을 규제하고자 이들의 원유 수입 쿼터를 전년 대비 35%가량 축소시켰다고 전했다. 중국 정유 능력에서 티포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석유 공급 과잉 해소와 함께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차후 수입 쿼터 축소의 추가적인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티포트 규제는 올해 하반기 정제 마진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으로, 단기적으로 국내 정유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석유 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 해소 차원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사 이익을 당장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석유 수출량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역내 수출하는 국내 정유 업체들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은 맞다”며 “그렇다고 대대적인 손익 개선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티포트 규제는 대형 국영 석유 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화, 고도화를 이뤄내겠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정유 업체들이 더욱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되레 일부 국내 정유 업체들의 수출 전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LCO(Light Cycle Oil)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티포트들을 규제하고 있다. LCO는 경유에 첨가해 저품질 연료 생산에 쓰인다. 이에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은 올해 5월부터 중국향 LCO 수출이 사실상 막혀 호주 등으로 우회 수출에 나서는 실정이다. 차후 역내를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티포트들이 올해 생산량 목표를 높이면서 미국이 중국의 정유 규모 축소를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정유 업계는 운송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티포트들의 가동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편,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이달 첫 주에 배럴당 3.2달러로 나타나 전주와 비교해 0.2달러 상승하는 등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국 티포트 규제에 따른 순수출 감소 영향을 일부 반영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