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2050년 이전 넷제로"…1.5兆 규모 탄소 중립 로드맵 발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20 17:31 수정일 2021-07-20 17:34 발행일 2021-07-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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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특별보고서' 발간…스코프 3 목표도 담겨
"15년 내 탄소 배출 50%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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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넷제로 특별보고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과 정유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 성장해 왔던 SK이노베이션이 ‘한 발 앞선’ 탄소 중립 로드맵을 내놓았다. 대다수 기업들이 제품 생산 과정(스코프 1)과 공장 가동 전력 등을 만드는 과정(스코프 2)에서 나오는 탄소를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가운데, 사업 밸류 체인 전반(스코프 3)에서 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속화는 물론, 화석 연료 기반의 기업이라는 태생적 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되는 행보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에 ‘넷제로(탄소 중립) 특별 보고서’를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이란 탄소 배출 순 증가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탄소 중립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별 세부 방안 및 투자 계획과 단계별 탄소 중립 달성 시기 등이 담겼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스코프 3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모두 공개하고, 감축 목표도 제시했다. 국내 기업이 탄소 중립 추진 계획을 보고서 형태로 구체화해 발표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며, 스코프 3 내역 및 목표 공개 또한 국내 최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 205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서는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완수하겠다는 설명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특별 보고서 발간은 지난 1일에 개최했던 스토리 데이에서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구체화해 공표한 것”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은 강력한 (탄소 중립) 실천을 통해 친환경 시대를 선도함으로서 ESG경영을 완성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사업 탄소 50% 감축, 그린 비즈는 2035년 100% 달성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1243만톤에 달했던 해당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25%, 2030년에는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2050년 이전에 100%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효율 개선·저탄소 배출 원료 도입·친환경 연료로의 전환 등으로 탄소 배출량 250만톤 감축 △친환경 제품 및 탄소 상쇄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탄소 배출량 50만톤 추가 감축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을 2025년까지 25%로, 2030년까지 100%로 높여 탄소 배출량 180만톤 감축 △이산화 탄소가 공기로 퍼지기 전에 포집해 심해 등에 저장하는 CCS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량 150만톤 감축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서는 한층 강력한 탄소 저감을 실시하겠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사업의 경우 급성장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늘어나겠으나, 이를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탄소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인 ‘2030 BAU(Business As Usual)’의 87%를 감축해, 2035년까지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의 100%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전력을 2030년까지 모두 신·재생 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해 820만톤 가량의 탄소를 감축할 계획이다. 또 공장 운영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을 약 320만톤 줄이고, 공장 가동 동력도 친환경 연료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서만 2035년 기준 약 136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초의 스코프 3 로드맵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발표한 탄소 중립 로드맵은 공정 뿐 아니라 사업 밸류 체인 전반, 즉 ‘스코프 3’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발 빠른 행보로 평가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스코프 3의 배출량과 함께 감축 목표도 공개했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1억3400만여 톤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고정 자산 기준 탄소 집약도(Financial Intensity)로 탄소 관리 지표를 수립해 2030년까지 약 45%를, 2050년에는 75%까지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배터리 분리막 등 그린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로 했다. 2027년에는 당사의 폐플라스틱이 100% 재활용되도록 할 방침이며, 저탄소 제품의 생산량을 확대해 석유 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혁신시키겠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주유 등 사업에서도 친환경을 모색한다. 탄소 포집 기술을 확보해 2030년까지 200만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전국 전기 충전소 및 주유소 3000여 곳 이상에 연료 전지·태양광 분산 발전으로 생산하는 4.9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 기관들도 ‘환영’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립 계획 및 선언에 대해 글로벌 투자 기관들도 잇따라 환영의 의사를 밝혀 왔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자 이니셔티브 ‘기후 행동(Climate Action) 100+’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 데이에서 공개한 탄소 중립 계획에 대한 투자 기관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네덜란드 최대 연금 운용 업체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 총괄 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공식적인 탄소 중립 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SK이노베이션의 탄소 중립 계획은 구성원과 경영진, 이사회가 한 마음으로 노력한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넷제로 특별 보고서 발간은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가 신설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ESG 경영 실천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ESG 위원장인 김정관 사외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특별보고서는 명확한 계획과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라면서 “SK이노베이션은 탄소 감축 성과를 최고경영자(CEO) 보상 및 평가와 연계시킨 만큼, 이사회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 이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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