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2Q 이후 내리막길?…"우려만큼은 아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20 14:56 수정일 2021-07-20 17:22 발행일 2021-07-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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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中 기업 증설 등 리스크 부상
공급 과잉·원가 압박 일축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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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 있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지난 1분기에 잇따라 분기 기준 최대 경영 실적을 경신했던 국내 석유 화학 업계가 올해 2분기에도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LG화학·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은 코로나19발 일회 용품·위생 용품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과 역내외 석유 화학 업체들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석유 화학 업계의 실적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0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2021년 2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으로 1조 원이 넘는 영업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 역시 10조5000억 원을 상회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성 소다와 고부가 가치 합성 수지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폴리 염화 비닐(PVC) 등이 LG화학의 호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해외 배터리 리콜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LG화학의 2분기 영업익은 전 분기 대비 약 27%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700% 가량 증가한 약 5900억 원의 영업익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 역시 60% 급증해 4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폴리 에틸렌(PE)과 폴리 프로필렌(PP), ABS 등 폴리머 제품들의 가격이 견조했다”라며 “가전과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호조에 따라 (폴리머 제품들의)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석유 화학 업체들이 대체로 2분기에 호황을 누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미국 법인 롯데케미칼 USA의 실적도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USA의 주요 제품인 모노 에틸렌 글리콜(MEG)의 시황이 전년 동기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공장 설비 가동 차질이나 지난 5월~6월 한 달여 동안 이루어진 충남 서산 소재 대산 공장 나프타 분해 시설(NCC) 간이 보수 등은 롯데케미칼의 영업 이익을 끌어 내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NCC 보수로 700억 원 이하의 기회 비용을 손실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용 위생 장갑 등에 들어가는 NB 라텍스로 지난해부터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에도 1분기 못지 않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보다 520% 이상 급증해 7500억 원 이상, 매출은 105% 가량 늘어 2조1000억 원 대일 것이라는 추산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NB 라텍스는 물론, 타이어에 들어가는 범용 고무 등 합성 고무 사업과 ABS 포함 합성 수지 사업도 2분기까지 영업 실적이 좋았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압박과 마진 감소가 하반기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합성 고무 제품 등의) 원료인 부타디엔(BD)이 나프타에서 나오는 만큼 유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는 하겠으나, 수요 상황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라고 했다. 결국 NB 라텍스와 범용 고무 등 주력 제품들의 수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화솔루션 또한 케미칼 부문의 호조가 강력한 실적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 이상 올라 2조8000억 원을, 영업익은 120% 불어나 2800억여 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이 ‘친환경’ 정체성을 두고 있는 태양광 사업 부문(한화큐셀)은 세 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2분기에 영업 손실은 110억~180억 원 대의 영업 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체로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이 1분기에 준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석유 화학 업황이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는, 이른바 ‘피크 아웃’에 대한 우려다. 세계적으로 경제 회복과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급 과잉과 유가 상승의 부담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제품인 ABS의 공급 과잉 및 시황 하락이 당장 3분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ABS 시장 규모가 약 1000만 톤인데, 중국에서만 그 10% 수준인 100만 톤 규모의 증설이 예정된 상황이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이 우려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의 증설이 있기는 하나, 전방 산업 회복세가 지속되면 증설분을 상쇄할 만큼의 수요가 따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고 산업이 활성화되면 석유 화학 수요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하반기 석유 화학 시황은 가전·건설·자동차·전자 등의 업황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이어 업계 관계자는 ”신증설 석유 화학 공장의 가동률이 바로 100%로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특히 중국이나 개발 도상 국가들의 경우 가동이 지연되거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어, 공장 증설 이슈 자체를 석유 화학 시장의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석유 화학 업체들이 증설을 제때 완료하지 못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시장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이 이야기되는 상황”이라며 “주요 시장들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 내 (석유 화학 수요)가 회복되면 증설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