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8월부터 원유 일 40만배럴 증산…유가 안정될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19 14:43 수정일 2021-07-19 14:43 발행일 2021-07-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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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UAE 등 산유량 기준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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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오펙플러스(OPEC+,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가 다음 달부터 추가적인 원유 감산 완화 조치를 실시한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블룸버그 통신 및 CNBC 등에 따르면 OPEC+는 이날 회의를 열고, 오는 8월부터 매월 하루 평균 4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증산키로 합의했다.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 평균 580만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조치다. OPEC+는 내년 9월까지 원유 감산을 완전히 끝내고,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의 산유량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경제 회복을 반영한 결정이다. OPEC+ 측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경기 개선이 지속되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OPEC+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석유 수요 격감에 대응해 세계 원유 생산량의 10% 수준인 하루 평균 약 1000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했으며, 이후 오는 2022년 4월까지 원유 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특히 이날에는 그동안 산유량 정책을 두고 대립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간의 갈등도 재봉합됐다. 사우디의 동의 아래 OPEC+는 UAE의 하루 원유 생산 기준을 기존의 316만8000배럴 가량에서 약 350만배럴로 높였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일 원유 생산 기준은 1100만배럴에서 1150만배럴로 상향됐으며, 이라크와 쿠웨이트도 각각 480만배럴과 300만배럴로 15만배럴 높아졌다. 새로운 원유 생산 기준은 오는 2022년 5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가 증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OPEC+가 전체 증산 폭을 40만 배럴로 유지하되, 이를 산유국들의 생산 쿼터에 얼마나 배당할지 그 비율을 변동하는 것이다.

또 OPEC+는 내년 4월로 잡았던 원유 감산 완화 합의 기한도 같은 해 12월로 연장했다. 한편, OPEC+는 원유 감산 합의 미이행 국가들에 대한 페널티 부과 기간도 추후 연장할 방침이다.

OPEC+의 이번 합의에 대해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 모두에 합리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일차적으로는 OPEC+의 내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감산 미이행 페널티 부과 기간 종료와 UAE OPEC 탈퇴 등으로 제기돼 온 OPEC+의 통제력 상실 가능성이 일단락되면서 국제 유가의 단기 변동성도 축소될 것으로 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외에 러시아가 올해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압박하는 연료 비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사우디 또한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의 연장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경우 OPEC+의 이번 합의로 세계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석유 업계 관계자는 “(OPEC+가 UAE 등의 생산 기준을 상향한 것은) 수급 펀더멘탈 측면에서 공급 부문 리스크가 많이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미 원유 수급의 균형이 공급 부족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바 유가 상승이라는 대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OPEC+가 이번에 발표한 원유 증산 타임라인은 투자은행이나 전망 기관들의 시나리오와 비슷하거나 적은 공급량”이라고 진단하면서 “최근의 델타 변이 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원유 수급은 타이트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20년 하반기에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중기적으로 유가가 오른다고 전제하면 정유·조선 등 일부 업계는 수혜를 보겠으나, 한국이 석유 순수입국인 이상 전체적으로 산업계나 일반 소비자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70달러 대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