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한화시스템·LIG넥스원, 이번엔 CIWS-Ⅱ 놓고 격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15 16:50 수정일 2021-07-15 16:53 발행일 2021-07-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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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함정 '최후의 보루' 수주 신경전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Ⅱ’ 체계 개발 사업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펼친다. 앞서 지난해 54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전투 체계 개발 사업은 한화시스템의 품으로 들어간 바 있다.

양 사는 지난 9일 방위사업청에 CIWS-Ⅱ 체계 개발 사업 입찰 제안서를 접수했다고 15일 밝혔다. 방사청은 오는 9월에 CIWS-Ⅱ 사업자를 선정해 연내 CIWS 국산화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약 3200억원이 해당 사업에 투입된다.

방산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이번 수주전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양 사는 지난달에 부산에서 개최됐던 ‘2021년 국제 해양 방위 산업전(MADEX)’에서 CIWS-Ⅱ 실물 및 축소 모형을 전시하며 CIWS-Ⅱ 개발에 대한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CIWS는 고속 침투정과 대함 유도탄, 테러 목적의 수상함 등의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최종적으로 방어하는, 이른바 ‘최후의 보루’다. 기관포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해 선제적으로 함정을 보호하는 식이다.

우리 해군은 약 25년 전부터 미국 레이시온의 램과 팔랑스, 네덜란드 탈레스의 골키퍼 등 세 종류의 CIWS를 도입·사용해 왔다. 그러나 점차 고도화, 첨단화되는 러시아·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기존의 CIWS들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바 성능이 월등한 새 CIWS가 필요해졌다. 예전에는 아음속(시속 약 1100km) 수준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개발된 순항 미사일의 경우 약 마하 3 이상까지 속력이 빨라졌다.

여기에 공급망 불안정 등의 문제도 불거지면서, CIWS 국산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키퍼 단종으로 레이시온이 (국내 CIWS를) 독점하면서 (팔랑스) 가격을 두 배로 올린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팔랑스 경우 미국이 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하고 있어 창정비는 현지에서나 가능하다. 유지 보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CIWS가 장기적으로 사용할 무기인 이상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CIWS 국산화는 향후 수출을 노리는 복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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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이 올해 국제 해양 방위 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Ⅱ 실물 축소 모형 (사진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모두 CIWS-Ⅱ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화시스템은 CIWS-Ⅱ 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능동 위상 배열 레이더(AESA 레이다)’를 비롯해 CIWS에서 요구되는 △전자 광학 추적 장비(EOTS) △함정 전투 체계(CMS) 개발 능력 △함포 사격 계산 장치 등을 역량으로 강조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CIWS-II 입찰) 제안서 제출은 이미 확보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명품 CIWS-II를 개발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언급하면서, 특히 AESA 레이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시스템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AESA 레이다를 개발했으며, 이를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탑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화시스템은 CIWS-II의 ‘눈’이 될 EOTS를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EOTS가 표적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기존 기능을 넘어 발사 시 충격이 발생하는 등의 극한 상황에서도 표적 추적 성능을 안정적이고 정밀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함정 EOTS를 전력화한 업체이기도 하다.

또한 CIWS-II의 고성능 사격을 지원하는 사격 통제 장치도 한화시스템의 저력이다. 명중 평가 알고리즘을 적용해 CIWS-II가 쏘아올린 탄이 명중했는지 자동으로 판단하고, 명중하지 않았을 경우 오차를 추적 레이더로 확인해 자동으로 탄착 수정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국내 유일의 CMS 개발 능력도 내세우고 있다. CMS는 함정의 레이다·무장·센서 등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두뇌’로 볼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무기의 성능은 전투 체계와 통합돼야 한다”며 “CIWS-II와 그 전투 체계를 만드는 업체가 같으면 성능-체계 통합이 더 잘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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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정비를 끝내고 공장 수락 시험 중인 골키퍼 (사진제공=LIG넥스원)

LIG넥스원은 창정비 기술 및 노하우로 맞선다.

창정비는 무기 전체를 분해해 정비한 뒤 재조립하는 최고 난도의 정비 수준으로, 사실상 무기를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LIG넥스원 측의 설명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018년부터 골키퍼의 창정비를 시작, 관련 역량을 쌓아 왔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당초에 CIWS-II의 요구 성능들 가운데 하나가 골키퍼 함포로, 이는 기존 CIWS인 골키퍼와의 정비 호환성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이를 당사가 CIWS-II 개발 업체가 돼야 하는 이유로 보고 있다.

또 빠듯한 CIWS-II 양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LIG넥스원의 물적·인적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미 구축돼 있는 (LIG넥스원의) 골키퍼 창정비 시설을 확장해 CIWS-II 개발·정비·통합 전문 시설로 만들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외에 LIG넥스원은 CIWS-II의 사격 통제 시스템에서도 한화시스템과 맞붙는다. LIG넥스원은 CIWS-II용 사격 통제 알고리즘을 이미 개발했으며, 시험 평가만 남겨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신뢰도가 높은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골키퍼 개발 시 검증됐던 효과도 분석 툴과 골키퍼 창정비 수락 시험을 위한 확보했던 실제 사격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의 EOTS와 대적할 무기도 있다. 추적·탐지 기능을 넘어 사격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전자 광학 장치다.

양 사 간에는 벌써부터 날 선 신경전도 관측된다.

이날 LIG넥스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AESA 레이다를 최초로 만든 업체는 LIG넥스원”이라며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다를 장착하는) 한국형 전투기 외에 호위함 등 다른 용도로 전력화한 사례는 LIG넥스원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AES 레이다와 관련해 한화시스템은 아직 개발 중에 있다면, LIG넥스원은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한화시스템이 전투 체계 개발 업체로서 CIWS-II 성능-체계 연동에 자신감을 보인 것과 관련해 “이 같은 논리라면 군함에 들어가는 모든 무기는 모두 한화시스템이 만들어야 한다”라며 “연동은 그냥 하면 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측은 “이미 수 십 척의 해군 함정에 기존 CIWS가 전투 관리체계에 연동해 운용 중이라 함정 통합에 큰 문제는 없다”며 “특히 방사청은 공정 사업을 위해 어느 기업이 CIWS-II 사업자로 선정되든 전투 관리 체계 연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이미 충분한 연동비용을 사업 예산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