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4세대 실손보험 탄생과 함께 실종되나… 보험사들 취급 안한다 왜?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6-28 14:24 수정일 2021-06-28 18:00 발행일 2021-06-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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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4세대 실손보험 도입…갈아타지 않는 게 유리
동양·신한·오렌지·KB·미래에셋생명 등 포기…“적자”
보험 돈(CG)
(연합)

오는 7월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나온다. 그런데 시작도 전에 10곳 가까운 생명보험사가 해당상품을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이다. 대한민국 국민 75%에 해당하는 3900만명 이상이 들고 있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시장이 큰데도 보험사들이 발 빼는 이유는 실손보험을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실손보험의 보험료수익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를 뺀 보험손익은 2조5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7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양생명이 다음 달부터 실손보험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행 3세대 신(新)실손보험을 이달 말까지 판매하고 다음 달 도입되는 4세대 실손보험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실손보험 고객이 새 상품으로 바꾸길 원할 때에만 4세대 상품을 제공한다. ABL생명도 ‘실손보험을 그만 팔까’ 검토하고 있다.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등은 2011∼2013년에 일찌감치 실손보험을 포기했다. 2017∼2019년에는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이 잇따라 판매를 관뒀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부터 취급을 멈췄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에는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이 아니다”라며 “적자투성이인데 더 이상 팔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AXA손해보험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기존 가입자들 역시 새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실손보험에서 손 떼는 보험사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그에 이어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는 2800만명이나 된다. 이들은 4세대 실손 전환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자기부담금이 많아서다. 새 상품으로 갈아탔다가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항목 의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많게는 4배로 오른다. 4세대 실손보험이 탄생과 함께 실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