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 인상’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6-27 16:09 수정일 2021-06-28 08:33 발행일 2021-06-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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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9년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이탈리아 북부로 진격하면서 했던 말이다. 강을 건너면 당시 로마 국법을 어기는 것이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전으로 치닫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단행하는 수밖에 없는 일을 두고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한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주사위 하나가 던져졌다. ‘통화정책 정상화’라 쓰고, ‘기준금리 인상’이라고 읽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못박았다. 지난 주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설명회를 열고 “올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국과 한국 등 세계 주요 나라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다. 이자가 저렴해지자 너도나도 돈을 빌려썼다. 한은이 결단한 이유도 결국 빚이다. 이 총재는 “요즘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가계부채도 여전히 급증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 불균형이 그야말로 쌓이고 있다.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10월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 초 0.25%포인트 더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 빚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에 소홀하게 대응하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경기와 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빚내서 쌓아 올린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지기 앞서 충격파를 최소화하면서 먼저 걷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