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철 판치는 '네돈내산'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4-12 14:08 수정일 2021-05-06 15:22 발행일 2021-04-13 19면
인쇄아이콘
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산’이라는 뜻이다. “직접 돈을 들여 뭔가 써봤으니, 믿고 들어 달라”는 의미를 담는다.

‘내돈 내산’은 자기 경제행위에 대한 자기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타인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네돈내산’이 판을 치는 듯해 유감이다. 한 표라도 더 받으려는 선심성 공약은 책임이 허술하다.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 돈으로 진행할 사업을 후보자가 생색낸다. ‘네 돈으로 내가 산’다고 말은 안 하지만,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번 재보선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노인에게 공짜 점심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에게는 점심·간식·우유까지 무상 급식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소득 없는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면제를 약속했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영업 손실을 메워주자는 법안이 줄지어 발의됐다. 민병덕·강훈식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목소리만으로 생색을 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들은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사서 그 돈을 대란다. ‘네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개의치 않는 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 본 이를 돕자는 명분에는 이견이 없지만, 한은이 무제한 돈을 찍도록 하면 탈 날 수 밖에 없다. 한은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면 결국 나라 빚이 늘어난다. 채권 시장에도 부담이다. 시중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계 부채가 1700조원 넘은 상황에 대출 금리가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가 많아진다. ‘누가 사준대서 받았다만, 알고 보니 계산을 내가 했다’면 나는 사기성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