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결정 ‘D-6’…SK이노, 美 공장 철수 ‘B플랜’ 먹힐까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1-04-06 15:29 수정일 2021-05-13 16:36 발행일 2021-04-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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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SK이노 철수시 美 전기차 생산 5만대 감소”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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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 거부권 행사 시한이 6일가량 남은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현지 공장 철수 카드가 효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 가운데, ITC 판결에 대한 바이든의 개입 여부가 미국 전기차 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ITC 판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미국 전기차 생산량이 연간 5만대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려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야심 찬 계획이 장애물에 직면했다”면서 “배터리 공급망이 취약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충분한 배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공장 문을 닫으면 배터리 공급량이 올해 15%, 2030년 8% 각각 감소, 미국의 전기차 생산능력이 연간 5만대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사이먼 무어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했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하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일부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을 10년간 금지했다. 바이든은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ITC 최종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2시경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시장 철수 카드까지 내보이며 바이든의 거부권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 최종 판결에 대한 바이든 거부권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유럽 수요가 많은 헝가리 공장으로 설비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했던 조지아주 2공장 증설은 현재 잠정 보류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지에서 전방위적인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 환경보호 전문가 캐럴 브라우너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내 사업고문으로 영입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도 현재 미국 현지에서 머물며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는 만큼,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바이든 전기차 정책 기조나 배터리 공급망 정황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만일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각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6일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유리한 예비결정을 받은 분리막 특허 소송을 앞세워 LG에너지솔루션을 비난하자,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이 자의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