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교도소의 두 여자, 쿨하고 뜨겁게! 뮤지컬 ‘시카고’ ‘포미니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3-31 18:30 수정일 2021-04-16 21:17 발행일 2021-04-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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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시카고
교도소에 만난 두 여자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포미니츠’(위)와 ‘시카고’(사진제공=정동극장, 신시컴퍼니)

그 구역의 스타였던 여자는 새로 나타난 젊고 매혹적인 여자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찰랑이는 드럼 비트와 흥겨운 브라스 연주, 흐느적거리는 색소폰 소리에 맞춰 온 뼈를 따로 움직이며 그루브를 타는 두 여자는 결국 힘을 합쳐 그 구역의 스타가 된다.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 갇혀버린 여자는 그곳에서 60여년간 피아노 레슨을 해온 여자를 통해 천재성을 폭발시킨다. 피아노가 세상의 전부라는 교집합을 가진 두 여자는 서로를 인정하면서 상처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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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사진제공=정동극장)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벨마 켈리(최정원·윤공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록시 하트(아이비·민경아·티파니 영)의 이야기 뮤지컬 ‘시카고’(4월 2~7월 18일 디큐브아트센터),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김수하·김환희)와 피아노 선생 크뤼거(김선경·김선영)의 여정을 따르는 ‘포미니츠’(4월 7~5월 23일 정동극장)가 개막한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감독의 동명영화(2006)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뮤지컬 ‘영웅’ ‘레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의 배우 양준모가 직접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을 접촉해 저작권을 획득해 기획·개발한 작품이다.

살인죄로 루카우 교소도에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와 그곳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의 이야기다. ‘천재성’에 갇혀 상처받고 인간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루카우 교도소의 골칫거리가 된 제니와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크뤼거는 ‘피아노’를 통해 연대하고 기꺼이 서로의 길에 응원을 보낸다.

작품은 과거와 죄책감, 천재성이라는 데 스스로 갇힌 두 여자가 저마다의 방식대로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연대하지 않는 연대’가 이 작품의 메시지”라며 “화해한다거나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모습을 찾는 서로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끝내 두 사람은 손을 맞잡거나 한 길을 걷지는 않는다. 크뤼거의 가르침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대로 연주하는 제니의 마지막 4분 연주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연대하지 않는 연대’의 백미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는 쿨한 인물들의 여정은 어쩌면 지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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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천재 피아니스트 역의 김수하(사진제공=정동극장)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는 제니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를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다. 제니와 피아니스트의 연주 호흡이 관객에게 제니의 천재성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니 역의 김수하는 ‘브릿지경제’에 “제니는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아주 뾰족한 친구”라며 “자신이 가진 재능때문에 가장 소중했던 것을 잃은 경험으로 세상에 대한 불신과 반항심이 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를 통해 제니를 만나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어요. 특히 제니의 피아노 선생님이자 제니의 인생에 처음으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크뤼거라는 인물이 제니에게 하는 대사들과 노래들이 꼭 저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제니와 함께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매 순간 감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벼랑 끝에 서있는 비참하고 외롭지만 사랑이 필요한 제니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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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천재 피아니스트 역의 김환희(사진제공=정동극장)

또 다른 제니 김환희는 “나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아온 제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궁금하고 낯설고 조심스럽고 다가가기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감히 어찌 제니의 삶을 평하고 논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저 그녀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알면 알수록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걸 안그런 척, 아닌 척 하고 살았나봅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듣고 싶고 공유하고 같이 아프고 함께 치유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입 밖으로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와 몸짓으로 제니와 함께 고민 중이에요. 제니를 조금 더 제니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이어 김환희는 “사랑만 줘도 모자란 시간에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치유받는 뮤지컬 ‘포미니츠’가 관객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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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2018년 공연 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는 이름 자체로 스타일이 되는 밥 포시(Bob Fosse) 대표작으로 환락과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던 1920년대 격동기의 미국 시카고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다. 애증과 배신, 유혹과 살인, 남성 중심의 도덕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질척일 대로 질척이는 시대를 경쾌하고도 날카롭게 풍자한다.

‘시카고 트리뷴’ 기자이자 희곡작가 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가 1926년 쿡카운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무성영화로도 관객들을 만나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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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벨마 켈리 역의 윤공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

1975년 뮤지컬영화 ‘캬바레’(1972), ‘달콤한 자선’(1966), ‘피핀’(1972) 그리고 1980년 제3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올 댓 재즈’(1979) 등으로 유명한 밥 포시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클럽 배우 출신의 벨마 켈리, 정부를 살해하고 수감된 록시 하트, 두 여자를 중심으로 변호사 빌리 플린(박건형·최재림),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김경선·김영주) 등이 엮어가는 애증과 배신의 향연이다.

이번 ‘시카고’는 초연부터 개근하고 있는 최정원, 김경선 등을 비롯해 새로 합류한 소녀시대 티파니 영, 민경아, 최재림, 박건형 등이 조화를 이룬다.

그렉 버틀러(Greg Butler) 해외 협력안무가는 이번 ‘시카고’에 대해 “똑같은 안무가 아닌, 배우들에 따라 조금씩 다른 안무를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배우들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안무, 커튼콜에서 꽃을 던지는 방향 등 소소한 변화가 극에 새로움을 더한다.

2012년 록시 하트로 분했다 올해 벨마 켈리로 돌아온 윤공주는 “뮤지컬 ‘시카고’가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건 탄탄한 스토리, 드라마틱한 음악 그리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안무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요소들을 놓치지 말고 다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시즌은 21주년 기념 공연으로 더욱 의미가 있어요. 더욱 더 새로워지고 더욱 더 섹시해지고 더욱 더 세련되지고 더욱 더 뜨거워진 ‘시카고’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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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민경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

록시 하트로 새로 합류한 민경아는 ‘브릿지경제’에 “꿈만 같던 ‘시카고’의 록시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아직도 이게 꿈인가 생각이 될 정도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어 “모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어 만들어야 하는 작품인만큼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다”며 오롯이 제 몸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감각을 다 열고하려고 한다. 그만큼 더 긴장되고 그만큼 끝날 때 더 큰 희열이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는 무대부터 의상까지 모두 블랙으로 꾸며져있어요. 배경이 블랙인만큼 온전히 배우의 얼굴과 표정에 집중되죠. 표정도 생생하게 잘 보이고 안무할 때 동작들도 훨씬 잘 보이는만큼 모든 배우들의 디테일한 것 하나도 다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춤, 노래, 연기까지 하나가 되어 모든 걸 표현하기 때문에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봐주시면 보는 재미가 더해질 거예요. 매 공연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