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배우들, 스태프들의 ‘특별한’ 처음…뮤지컬 ‘시카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3-19 18:15 수정일 2021-03-19 16:56 발행일 2021-03-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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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가 18일 온라인으로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

“한국의 ‘시카고’는 저에게 매우 특별합니다. 2007년 (한국 공연이) 제 첫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시카고’였고 올 때마다 밴드, 크루, 이전부터 함께 했던 배우들,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거든요.”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연습실공개에서 해외 협력연출 타냐 나디니(Tania Nardini)는 뮤지컬 ‘시카고’(4월 2~7월 18일 디큐브아트센터)에 대해 “첫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으로서의 특별함을 밝혔다. 해외협력 안무 그렉 버틀러(Greg Butler)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3월 12일 브로드웨이 셧다운 이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공연되는 ‘시카고’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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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마 켈리 윤공주의 ‘All That Jazz’(사진제공=신시컴퍼니)
“전세계 공연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한국에서 공연 올리는 것이 타냐를 비롯한 미국 동료들에게 큰 영광과 자극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서 이번 프로덕션을 주목할 거예요.”

그리곤 지난 12월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안무가이자 무용수 앤 레인킹(Ann Reinking)을 “뮤지컬 ‘시카고’의 심장”이라고 표현하며 “2년 전 앤 레인킹이 파리에서 변화된 ‘시카고’ 공연을 선사했다. 영광스럽게도 그 변화된 모습을 한국 프로덕션에 가져올 수 있었다. 친구이자 멘토인 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헬기도, 샹들리에도 없는 ‘시카고’는 대본과 음악, 안무, 배우들로 이뤄진 작품”이라며 “단순히 싱어, 댄서로서가 아니라 많은 것들을 담아준 배우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스태프들 뿐 아니라 배우들 역시 ‘시카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2000년 한국 초연부터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로 21년째 함께 하고 최정원은 ‘시카고’를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록시 하트로 무대에 선 초연 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제 생일이 8월이 아닌 ‘시카고’를 시작한 날이라고 생각할 정도죠. 벨마 켈리까지 오면서 지금에야 알 것 같은 느낌이라 저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가수로 활동하다 2012년 록시 하트 역으로 뮤지컬에 입문한 아이비에게도 ‘시카고’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특별함이 깃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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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마 켈리 최정원(왼쪽)과 록시 하트 아이비의 ‘Hot Honey Rag’(사진제공=신시컴퍼니)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 작품이죠. 섹시한 의상, 시크한 무대, 멋진 재즈 등을 엮어 블랙코미디로 만든, 기막히게 천재적인 작품이에요. 예전엔 록시만을 봤다면 다섯 시즌을 하면서 ‘이 작품이 말하는 것’에 주목하게 됐어요. 록시, 벨마 등 등장인물 모두가 이기적이고 범죄자인 이 못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이 말하는 의미를 잘 전달 할 있을까 고민 중이죠.”

아이비와 더불어 2012년 록시 하트를 연기했던 윤공주는 역할을 바꿔 벨라 켈리로는 처음으로 ‘시카고’ 무대에 오른다. 윤공주는 2012년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9년만에 같은 역할로 더블캐스팅된 최정원에 대해 “언니 자체가 모든 연기, 삶, 일상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며 “상대역에서 같은 역할로, 감히 이런 기적 같은 순간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9년 전에는 제 할 것만 파다 보니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있고 록시가 왜 사랑스러워하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는데 다시 하니 야망, 꿈 등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캐릭터들이 다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이 조화롭고 화려하게 어우러져 있죠. ‘시카고는 사랑’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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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플린 최재릭(왼쪽)과 록시 하트 티파니 영의 ‘We Both Reached For the Gun’(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어 ‘시카고’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탄탄한 스토리와 그에 연관된 음악,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안무 등의 조화가 잘 이뤄져 봐도봐도 재밌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특별하거나 화려한 무대 장치도 없어요. 가장 화려한 것이 배우이자 배우 자체가 무대 장치죠. 배우가 주는 에너지가 엄청난 게 느껴져요. 배우와 음악 자체가 가진 큰 에너지가 오래 사랑받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공주의 말처럼 ‘시카고’는 찰랑이는 드럼 비트와 흥겨운 브라스 연주, 콤플렉스였던 안짱다리를 활용해 뼈마디를 따로 움직이며 그루브를 타는 춤사위, 매혹적으로 튕겨대는 손가락 등 그 이름 자체로 스타일이 되는 밥 포시(Bob Fosse)의 대표작이다.

환락과 갱단, 물질만능이 판치던 1920년대 격동기의 미국 시카고,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애증과 배신, 유혹과 살인, 남성 중심의 도덕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경쾌하고 농염하게 풍자한다.

록시로 새로 합류한 소녀시대의 티파니 영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공연이 ‘시카고’였다. 2009년 (최)정원 선배의 ‘시카고’를 봤고 뉴욕에 갈 때마다 1년에 한번은 보던 공연이 ‘시카고’다. 보면 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멋있고 (록시 하트는)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어려서부터 꿈꾼 역할”이라고 출연이유를 전했다.

“작년 투어를 마치고 상반기 오디션 리스트업을 보고 ‘시카고’가 눈에 띄었어요. 록시는 (소녀시대 데뷔를 앞두고 있던) 20대의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캐릭터를 매일 임하는 지금은 생각보다 안닮았다 싶어요. 저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를 깨달았죠. 록시를 통해 가슴에 깊이 새긴 건 실수를 해도 절대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그 동안은 연습할 때나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거든요. 순수함을 잃지 않고 매순간 꿈꾸면서 살아야겠다를 배웠죠.”

콜캐스팅(제작사에서 오디션을 볼 것을 제안하는 캐스팅)이 아니라 직접 오디션 참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진 티파니 영은 “아이돌,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초월하는 연습 스케줄이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은 현장에서 느껴지는 ‘시카고’ 팀의 에너지”라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영감을 주는 뮤즈”라며 “영감을 주는 현장인 만큼 힘들지만 울면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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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 하트 민경아의 ‘Roxie’(사진제공=신시컴퍼니)

또 다른 록시 하트 민경아는 “처음으로 이게 뮤지컬이구나, 내가 드디어 뮤지컬을 만났구나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며 “예술학교를 다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이 기본기를 잃지 말아야지’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 오면 해야할 게 많아서 제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그러다가도 앙상블 언니, 오빠들과 다 같이 하는 순간 힘을 받아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 있는 모두가 ‘시카고’를 너무 사랑해요. 무대감독님도 대사를 다 외울 정도죠. 그 열정에 반성하게 되고 집중하게 됩니다.”

민경아의 말에 빌리 플린으로 처음 ‘시카고’ 무대에 오르는 박건형도 “지금하는 배우는 물론 이전에 출연했던 배우들, 스태프들이 연습실 먼지까지 사랑하는 느낌”이라며 “빌리 역할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록시나 다른 역할들의 안무들도 하나씩 도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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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플린 박건형의 ‘All I Care About’(사진제공=신시컴퍼니)

최연소 빌리 플린으로 ‘시카고’ 무대에 오를 최재림은 “한국 공연을 시즌별로 거의 다 챙겨봤는데 볼 때마다 빌리가 이 극에서 비중 크다고는 생각 안했다”면서도 “하지만 무대에 나오면 상당히 많은 걸 해주고 들어가야하는 역할이다. 이야기 흐름, 벨마·록시와의 관계 그리고 재판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암시도 던져야 해서 연기적으로 찾는 재미가 많다”고 밝혔다.

최정원은 “죽기 전에 딱 한 작품만 해야한다면 ‘시카고’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며 “시카고는 지금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가장 적은 무대 전환과 의상체인지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야하는 작품”이라며 “이번 시즌 ‘시카고’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최정원, 아이비, 티파니 영 등 우리 배우들의 (실제) 이름을 객석에서 들을 수 있는 황홀한 커튼콜이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