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세계 최강국 야망’ 中시진핑, 포위해서 잡으려는 美바이든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3-15 07:00 수정일 2021-03-15 07:00 발행일 2021-03-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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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의 whatsup] 중국 견제 방아쇠 당긴 '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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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은 세계 최강국 지위를 노린다. 라이벌인 미국의 조 바이든은 이전 트럼프와 달리 그런 중국을 단독으로 상대하지 않는다. 우방국과 포위해 잡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백신 생산도,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공급망도 이들이 격돌하는 경쟁의 장(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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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해상 열병식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중앙TV 화면 캡처=연합)

◇‘강군몽’ 中시진핑, 美 넘어 세계 최대 해군력 건설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드디어 세계 최대 해군력을 건설했다. 위력적인 면에서는 모르지만 최소 양적인 면에서 그렇다. 중국은 현재 핵 추진 항공모함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네 번째 항모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1949년 지금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설립한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최대 권력자가 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의 위대함과 힘을 드러내는 장(場)이 바다이고, 그 실현방법이 해군력 건설에 있음을 시사해 왔다. 시 주석은 “강력한 해군력 건설이 오늘처럼 급선무였던 적은 없었다”며 강한 해군력을 강조해왔다.

미 해군정보국(ONI)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2015년 시점에 보유한 전함은 255척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360척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해군이 보유한 전함보다 60척이 더 많은 것이다. 4년 후에는 전함 보유량이 40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 해군의 최근 보고서는 “중국 해군의 규모가 단 20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해군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현대적인 해상전투함에서 부터 잠수함, 항공모함, 전투기, 상륙강습함, 핵탄도미사일잠수함, 대형 해안경비정, 극지방 쇄빙선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함정들의 일부는 미국이나 기타 해군 강국이 보유한 것과 동등한 수준이거나 이들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해군 증강
2000년 이후 중국 해군력 증강 추세 (그래프=미 해군 정보국 보고서)
미 해군전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앤드루 에릭슨 교수는 지난달 논문에서 “중국 해군이 자국 조선업계에서 받고 있는 것은 폐선이 아니라 정교하고 고성능인 함정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오는 2025년까지 400척의 전함을 배치할 예정인데 반해 미 해군의 현재 목표는 355척이며,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기한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함정수로는 중국이 앞서지만 해군 병력은 미국(33만 명 이상)이 중국(25만 명) 보다 많고 순항미사일 발사 능력 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해군력을 증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최대 선박제조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은 2018년에 세계 전체의 40%를 차지해 2위인 한국(25%)을 크게 앞선다.

반도체 등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요 산업 품목의 공급망 상태를 점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희토류,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지시했다. (AFP=연합)
◇ 바이든, 스가·모디·모리슨과 손잡고 ‘시진핑 포위망’ 만들기…백악관 “중국의 도전 논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미국·일본·인도·호주 정상의 첫 ‘쿼드’(Quad)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세계 최강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 견제를 본격화했다.

NBC방송 등 미 현지언론에 따르면 바이든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며 쿼드 회의를 시작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러분(쿼드), 우리의 파트너들, 우리의 모든 동맹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비공개 회의가 시작된 이후 논의의 초점은 대중국 견제방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호주 모두 국가의 존립을 해양에 의존하는 해양국가들이다. 이들의 결집인 ‘쿼드’는 자유진영인 해양 4개국이 해양진출을 도모하는 ‘대륙의 세력’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도 이번 쿼드 회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 빅딜”이라고 평가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의해 제기된 도전에 대해 인도(나렌드라 모디), 일본(스가 요시히데), 호주(스콧 모리슨) 지도자들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쿼드’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발전될 가능성을 예상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동맹이 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무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전략적인 협력의 첫 단계가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및 공급이다. ‘쿼드’가 백신 공급에 관한 틀을 마련한 것은 중국의 ‘백신 외교’에 대항하는 목적도 있지만 중국을 의식해 쿼드 참여를 꺼려왔던 인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쿼드’ 4개국이 협력해 내년 말까지 공급을 목표로 한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은 10억 도스(1회 접종분)다. 기본적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이 백신 공급 대상국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은 이미 아세안 회원국의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공급돼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쿼드’ 4개국이 중국의 ‘백신 외교망’을 뚫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쿼드’의 이번 합의로 미국과 일본의 재정지원을 받아 인도가 미국산 백신을 생산하게 되고, 호주는 역내 각국에 공급하는 분업체계를 마련하게 됐다.

‘쿼드’는 중국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희토류의 조달과 공급망 강화에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쿼드가 희토류 생산 기술 개발, 희토류 개발 자금 지원, 국제 규정 제정 등에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존재하는 수가 많지 않아 희귀한 금속인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전기자동차(EV) 배터리나 스마트폰, F-35 전투기 등 무기 제조에 까지 활용된다. 신문은 쿼드의 희토류 협력에 대해 “대중국 경제안보”라고 평가했다.

‘쿼드’의 희토류 협력에 대해 중국은 코웃음치고 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희토류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쿼드에는 희토류 관련 기술과 인적자원이 없으며 자체 수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전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6년 90%에 달했지만, 미국과 호주가 생산을 늘리면서 지난해 기준 58%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중국희토류산업협회 천잔헝(陳占恒) 부비서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해 온 것에 쿼드가 일부 도전할 수는 있겠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향후 10년간은 중국이 여전히 중요한 공급자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과 시진핑
12일(현지시간) 쿼드(Quad)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중앙기율위원회 전체 회의를 주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연결한 사진. (AP/신화=연합)
◇ 시진핑 vs 바이든 대립, 희토류에 쏠리는 시선

결과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일각에서 예상했던 미중 양국의 허니문은 없었다. 바이든 취임 후 그를 포함해 미국의 고위 관료 다수가 중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는 등 양국의 긴장 기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못지않다. 오히려 바이든 시대에 미국은 우방국과의 적극적인 연대 대응으로 중국 포위망을 점점 좁혀 들어가는 모습이다. 해군력이 격돌하는 남중국해, 홍콩 및 대만 등 인권문제 대립,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희토류 대립’ 등의 문제가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희토류 공급에서 매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원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금수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실제 금수 조치로 인해 얻는 실익이 매우 적어 금수 조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 희토류 금수 조치를 실행한다면 미국도 상응하는 보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우주항공 산업의 핵심소재 헬륨의 세계 공급량 56%를 점유하고 있고, 중국은 희토류 가공분야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금수조치에 나설 경우 오히려 자국의 산업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것은 지난 2018~2019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