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에 편지보낸 르노삼성 사장…“현금소진 심각, 구조조정 불가피”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1-02-16 11:39 수정일 2021-06-08 23:20 발행일 2021-02-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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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조립공정_01 (1)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 공정.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최근 심각한 판매고로 경영난에 직면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가 급기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구조조정의 불가피함을 호소했다. 이른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즉시 가동해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는 것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적 부진에도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로 인해 작년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2000억원이 소진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판매 부진과 높은 고정비 지출에 부품 가격 상승까지 겹쳐,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 한 달 동안 1000억원가량 더 줄어들었다"며 "과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절박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 대수와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이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더욱이 수출은 지난해 3월 닛산 로그 생산이 종료되면서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시뇨라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인원 대비 생산 물량은 감소하고 있고, 모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르노삼성도 살아남으려면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불가피한 희생을 감수하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선행적으로 움직여 최대한 신속하게 손익분기점에 도달함으로써 현금이 급격히 소모되고 있는 현재 상황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9일에 르노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 비용을 우려하며 "원가 절감에 나서지 않으면 새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한 터라, 보다 혹독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뇨라 사장도 "회사의 수익성을 강화하려면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바이벌 플랜의 목표를 △국내 시장에서의 상품 가치 제고 △XM3 유럽 수출 모델의 가격 경쟁력 확보 △구조조정 등의 세 가지로 요약했다.

앞의 두 가지가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시행의 불가피성이 대두된다. 이미 르노삼성은 서바이벌 플랜의 일환으로 이달 26일까지 2019년 3월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내용으로 한 시뇨라 사장의 이 편지는 설 전에 임직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