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작소]비욘드 코로나…‘치유’와 ‘희망’ 메시지 전하는 허그 베어, 분홍고래, 경구들, 루브르의 장미, 당산나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12-27 18:00 수정일 2020-12-27 19:39 발행일 2020-12-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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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로나를 외치며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시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그 베어-베어브릭(Space in Love)’, 코엑스 아티움에 설치된 ‘당산나무’, 제니 홀저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展과 이원경 작가 개인전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 ‘장-미셸 오토니엘 ‘New Works’展(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 국제갤러리, 카라스갤러리)

아주 작은 틈도 비집고 들어 삽시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일상도, 크리스마스도, 새해맞이 해넘이·해돋이 여행도 쉽지 않는 때다.

매일 신규확진자 수 1000명이 넘어서는 엄중한 시국을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도심 속 야외 혹은 작은 전시들이 있다.

소중한 이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허그 베어-베어브릭(Space in Love)’(2021년 1월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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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 베어-베어브릭(Space in Love)’ 전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2018년부터 12월이면 광화문 광장에서 연결되는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세종 뜨락)에 설치되던 ‘허그 베어’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허그 베어’는 8미터 높이의 거대한 베어브릭이 서울시민들을 안아주는 형태의 대규모 설치미술 프로젝트로 일상의 행복한 교감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통의 경험을 ‘예술’로 정의한 팝아티스트 임지빈 작가 작품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도시의 랜드마크, 숲 등에 거대한 풍선 베어브릭을 설치해온 임지빈 작가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로 서울시 ‘핑크라이트 캠페인’인 동시에 세종문화회관의 정책방향인 감성적 안정감(Emotional Safety)을 반영한다.

광화문의 송년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허그 베어’의 세 번째 시리즈로 2018년 ‘Love’, 2019년 ‘Joy’에 이어 2020년의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라피는 ‘See You’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만나지 못하고 있는 소중한 이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희망 품고 부유하는 이원경 개인전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 고래’(2021년 1월 23일까지 카라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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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경 개인전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 고래’(사진제공=카라스갤러리)

다른 것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주제로 작업해온 이원경 작가의 대형 설치작과 120여개 개체가 하나의 주제로 표현된 ‘시드’(Seed) 시리즈 그리고 24개 드로잉 작업이 전시된다.

‘시드’ 시리즈는 ‘여러 개의 줄기를 지나 부유하고 부유하는’이라는 설치작품과 그 중 일부를 볼펜으로 드로잉한 작품이다. 이원경 작가는 여러 가지 특성을 한 화면 혹은 하나의 주제로 엮어 표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단하고 차가운 알루미늄와이어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뜨개질 기법이 공존하거나 식물성 소재를 동물이나 유기체 이미지로 표현하는가 하면 위로 곧게 솟아나는 식물을 횡으로 부유하듯 동물 이미지로 그려내는 식이다.

이후 진행할 설치작품의 드로잉 ‘비허트’(B-Heart) 시리즈와 더불어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제목과 같은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다. 2017년 대전의 홀스톤갤러리에서 선보인 ‘요나의 고래’ 후속작이다.

제니 홀저
제니 홀저 국제 갤러리 개인전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 중 2020년 작 ‘스테이트먼트 트루이즘’(Statement Truism)와 대리석 벤치들(사진=허미선 기자)

구약에 등장하는 큰 물고기를 작품화한 ‘요나의 고래’는 바다에 투신한 요나를 육지로 이동시켜주는 보호처로 변주해 표현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는 차가운 철제와이어에 심리적 안정감을 더하는 은빛 분홍색을 채택한 설치작품으로 코로나19로 경제 위축, 소원해진 인간관계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희망’ 메시지다.제니 홀저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展과 ‘장-미셸 오토니엘 ‘New Works’展(2021년 1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2, 3에서 진행 중인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展은 LED, 대리석, 지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텍스트, 문구, 경구들로 일상의 이슈, 사회·정치적 발언을 해온 작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회화, 수채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대표 연작 ‘트루이즘’(Truism, 경구들)을 비롯한 다양한 텍스트 작업 중인 제니 홀저가 현재 몰두하고 있는 관심사를 만날 수 있는 전시로 2020년 작 ‘스테이트먼트 트루이즘’(Statement Truism)을 비롯한 세로형 LED 텍스트 작품 ‘스테이트먼트-리택티드’(Statement-redacted, 2015), 가로형 2점 ‘리빙’과 ‘서바이벌’, 경구가 각인된 대리석 벤치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소재로 한 검열회화(Redaction Painting) 그리고 2016년 ‘뮬러(Mueller) 특검 보고서’를 접한 후 생겨난 감정들을 캔버스에 담은 수채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제니 홀저가 강조하는 “왕성하게 혹은 적극적으로 공상하는 삶”의 가치를 응축하고 있는 전시는 LED, 텍스트 등 작가의 대표 작업들과 ‘현재성’ ‘날선 감정들’을 담은 작품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공감과 연대의 손길을 건넨다.

장미셀 오토니엘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New Works’ 전경(사진제공=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1에서는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개인전 ‘뉴 웍스’(New Works)가 진행 중이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아르튀르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 제라르 드 네르발의 ‘멜랑콜리의 검은 태양’에서 받은 영감을 연장시킨 ‘검은 연꽃’(Black Lotus) 연작과 ‘푸른 매듭’(Blue Knot), ‘홍색 연꽃’(Pink Lotus) 그리고 파도를 형상화한 ‘빅 웨이브’(Big Wave) 등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파리가 록다운됐던 시기에 새로 고안한 유리벽돌작업인 ‘프레셔스 스톤월’(Precious Stonewall) 시리즈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온 ‘루브르의 장미’(La Rose Du Louvre) 연작으로 꾸렸다.

 

두 가지의 다른 색이 결합해 조화를 이루며 재단 형태를 띤 유리벽돌 작품들과 계단 형상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s to Paradise)은 오토니엘이 예술가의 꿈을 꾸게 했던 미니멀리즘 작가 도날드 저드(Donald Judd)와 칼 안드레(Carl Andre)를 다시 떠올리며 완성한 작품이다. 이들은 희망의 메시지와 재생에 대한 소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그리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장 미셰 오토니엘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New Works’ 중 ‘루브르의 장미’(La Rose Du Louvre) 연작(사진제공=국제갤러리)

‘루브르의 장미’는 2019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 기념 전시에 초청돼 유리 피라미드의 퓌제 안 뜰(La Cour Puget)에 영구소장된 6점의 회화에서 파생·변주된 회화 및 조각 시리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인에 의한 결혼식’(The Wedding by Proxy of Marie de‘ Medici to King Henry IV, 1622~1625년 경) 중 바닥에 떨어진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치유할 힘과 희망을 선사한다.

생명력과 소통의 상징 ‘당산나무’(2021년 1월 7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외벽)…“소원을 말해봐!” 

[사진4] ‘Pivotal Tree’에 걸린 시민의 소원과 소망 메시지
소원이 걸린 ‘당산나무’ 전경(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당산나무’(Pivotal Tree)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 미디어아트로 선보인다.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기부한 창작지원금으로 진행한 공공예술사업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코엑시 미디어 전광판을 후원했다.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테마로 지난 7월 29~8월 17일 진행한 공모전을 통해 Pivotal Lab(유재헌·추봉길·장수호)의 ‘당산나무’와 이예승 작가의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이 선정됐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당산나무’는 오래된 생명력, 소통의 공간을 의미하는 당산나무를 불안한 현대사회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상징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온라인 사이트로 접수하면 영상 속 당산나무에 나만의 소원을 걸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