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겸손왕’ 맹사성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12-13 15:01 수정일 2021-04-30 13:39 발행일 2020-1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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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사성(1360~1438)은 황희 정승과 함께 역대 최고의 청백리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뛰어난 인품과 업무 능력은 물론 소탈한 성격에 청렴한 생활로 시대를 초월한 관료의 사표로 인정받고 있다. 조선조에서 가장 오랫동안 좌의정을 지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또 희대의 천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고유 음악인 향악에 대한 조예가 남달라, 조선 초기 음악을 정리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맹사성도 젊었을 때는 자신의 능력만 믿고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잘나가던 그가 ‘겸손왕’이 된 것은 한 고승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맹사성이 용하다는 스님을 찾아 한 절을 찾아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그런데 스님이 어쩐 일인지 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라주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맹사성에게 “찻물이 넘치면 방바닥을 더럽히듯, 재능이 넘치면 인성을 더럽히게 되지요”라고 말했다. 스님의 포스에 당황한 맹사성이 급히 일어나 방을 나서려다 그만 문 틀에 이마를 쿵 하고 찧고 만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지도 않습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