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국민의 생명, 자유와 행복, 그리고 이 시대 국가가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

박종운 자유민주시민연합 사무총장
입력일 2020-10-05 10:31 수정일 2020-10-05 10:47 발행일 2020-10-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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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하순, 추석을 며칠 앞두고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의 어업지도선 공무원 이 모씨가 실종되었다. 그가 북한앞바다에서 구조되고 송환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총격에 의하여 사망하고 소각되었다고 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은 9월 25일 오전 북한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청와대 대통령실에 전해온 통지문을 공표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는 말을 높게 평가했을 뿐, 북한에 대해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요구는 물론 북한의 반 인권적 처사에 대한 규탄도 전혀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정담당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자유를 위하여 국가권력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표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자신이 취임하면서 선서했던 내용을 잊은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를 상기시켜보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람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 대한민국 국민, 그것도 엄연한 공무원의 자유와 복리가 북한의 피격 앞에 무참히 스러졌는데도 대통령이 나서서 진상조사 요구와 규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 때에 이어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도 기권을 하는 치욕적이고 굴종적인 선택을 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북한이 마치 핵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듯이 국민과 세계 각국을 속여 왔다. 2020년 9월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남북 간에는 1972년 공동성명, 그리고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등에 의하여 이미 전쟁에 의한 통일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이 합의되었음에도, 즉 사실상 종전상태임에도 새삼스레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직 주사파의 구호인 ‘반전반핵 양키고홈’의 맥락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즉 휴전협정이 ‘유엔군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에서의 군사정전협정’인 만큼, 유엔이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군(주로 미군)이 휴전선을 관리하지 않게 되고 문재인 정부가 대놓고 친북적인 행태를 할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상호방위조약마저 파기하게 되면 미군철수까지 요구할 디딤돌까지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 북한 김씨 세습독재정권의 김여정에게 북한이 지휘했던 대남혁명 기구인 통일혁명당 간부인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신앙고백’을 하는가 하면(2018년 2월 9일),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좌우합작으로 국군의 뿌리가 완성되었다고 기상천외한 새로운 해석(2019년 6월 6일)을 내놓기도 하였다.

이런 우려스러운 경향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헌법을 제정할 때부터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이를 전문에 명시하였던 범국민적 합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의 지금의 10차 헌법에서도 이러한 정신을 흔들림 없이 “다짐”하고 있기에,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들이다.

지금 남북한 헌법 간의 비교를 해보면 대비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법제상으로도 대한민국 헌법에는 인류 역사 속에서 확립된 ‘권리장전’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형태로 가장 우선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헌법은 ‘노예제 헌법’답게 개인은 무시되고 집단주의 원칙이 우위에 있으며, 국가의 폭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국가를 통한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견은 발표될 수 없고, 직업선택, 거주이전의 자유 등도 없으며, ‘공민은 인민의 정치사상적 통일과 단결을 견결히 수호하여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날 경우에는 그 순간 공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일찍이 맨서 올슨(Mancur Olson)은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logic of force)를 이해해야 하며, 안정적인 국가는 유랑형 도적의 행태보다는 정주형 도적의 행태에 가깝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주형 도적’ 체제 하에서도 모든 사람이 그 ‘조직된 폭력’에 신민으로서 귀속하는 체제보다는 국민 다수에 의해서 그 ‘조직된 폭력’이 순치되는 체제가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민주화운동은 ‘조직된 폭력’이 국민 다수에 의해서 확실하게 순치되도록 하였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민주화운동이 없었던 북한은 원시적인 형태의 ‘조직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과거 대한민국에서의 장기집권 사례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김일성 장기집권은 물론,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까지 자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를 타파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길만이 국가를 원시적인 ‘조직된 폭력’에서 벗어나 자유수호 체제로 선진화시키는 길이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서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정착에 힘쓰기보다, 북한처럼 민족사회주의 선동가와 선동조직(조선로동당)이 지배하는 체제와 가깝게 지내고, 심지어는 북한과 말을 맞추어(?) 이견 그룹을 ‘토착왜구’라 지칭하고 공격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에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그 체제의 제도들을 도입하는 쪽으로 퇴보해간다는 것은 민족사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민족사회주의에 한술 더 떠 국가주의의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를 빙자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대해서도 계엄 상태와 같이 대처하며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집회 시위의 권리까지 박탈하고 있다. 친위대적 성격을 띠고 있는 민노총 시위대의 집회는 코로나19 전파와 관련이 없고, 산발적인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19주범으로 매도하고 있다. 2500대에 이르는 민노총 차량시위는 괜찮고, 반문시위 차량은 9대 이내로 그것도 엄격한 조건을 따를 때만 허용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기 바란다.”(2020.8.21. 발언)고 한 엄포는 국가주의의 본색을 드러낸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영향을 끼쳤던, 거대한 나라에서 최초의 민주주의를 이룩했던 미국의 권리장전 수정헌법 제1조에서도 “미국 의회는 … 언론 또는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인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의 헌법과 이 규정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민족사회주의 독재국가로 퇴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대한민국 주도로 북한민주화 북한 핵 폐기를 이끌어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국정담당자들이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이다.

박종운 자유민주시민연합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