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테세우스의 배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9-21 14:53 수정일 2021-04-30 13:28 발행일 2020-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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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 왕의 딸인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으로 출정해 정적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귀환하면서 타고 왔던 배를 사람들이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라 부르며 기념했다. 이 배는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되었는데, 문제는 배의 판자가 썩어 튼튼한 새 판자로 교체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배의 원래 부품 가운데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배가 있으니 그대로 ‘테세우스의 배’로 기념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제는 원래 배에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는데 그 이름은 온당치 못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철학자들까지 가세해 “모든 것이 교체되었는데도 여전히 ‘바로 그 배’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무엇이 진정한 ‘원래의 배’ 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결국 이 말은 역설적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으로 탈바꿈한다. 껍데기만 남은 유물이나 정신을 그대로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가 하는 난감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테세우스 배의 역설’이 함께 회자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