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아베'의 아베 계승 메시지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0-09-13 14:36 수정일 2020-09-13 14:37 발행일 2020-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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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영유권 분쟁에다 천연가스 개발 문제로 터키와 그리스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지중해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의 대립 역사는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터키 전신 셀주크투르크와 그리스 전신 비잔틴제국이 충돌한 만지케르트 전투에서부터 터키인의 그리스 지배와 그리스의 독립, 그리고 터키에 인접한 에게해 섬들이 그리스에 복속되면서 빚어진 영유권 분쟁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양국 관계를 일각에선 한일관계에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터키와 그리스가 한국과 일본처럼 앙숙 관계인지를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손사래를 친다. 터키가 무려 400년 동안이나 그리스를 지배했지만 그들의 지배는 일본처럼 민족말살정책을 펼쳤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서 심지어 독립을 반대한 그리스인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이 오랜 앙금을 씻지 못한 채 늘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지냈는데, 그런 그들조차 고개를 흔드는 일제 치하 탄압과 착취의 역사는 과연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것 같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 표명을 계기로 한일관계 재검토 목소리가 일본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참에 과거사를 사죄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맺어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들인데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계승’을 내걸고 아베 총리와 다름없이 개헌 의욕을 드러내면서 한일관계에서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일본의 새로운 정치 리더십 등장으로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간 정상적인 대화 재개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