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번도 가보지 못한 전세시장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20-09-03 15:09 수정일 2021-06-12 02:49 발행일 2020-09-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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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정부는 전세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우려됐던 전세난이 현실화됐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달 만에 1000만원 이상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전월세 계약도 한달 사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속도가 빨라져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의 비중은 14.3%(868건)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물량 부족은 심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5.4로 2015년 10월(193.1) 이후 가장 높았다. 100을 넘길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전·월세 계약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새 제도 시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남 일 대하듯 하고 있다. 올가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나 새로 전셋집을 알아보는 이들은 시장에 전세 물건이 사라지고 가격이 급등한 것에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앞으로 전월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임대차2법 부작용으로 인해 전세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매매가 상승폭보다 더 커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금이 지금처럼 상승할 경우 매매가와의 갭이 좁혀져 갭투자가 다시 성행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전셋값 상승의 주범인 부동산 규제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