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부동산가격 상승원인은 투기인가?

이승모(경제평론가)
입력일 2020-08-24 09:27 수정일 2020-08-24 09:39 발행일 2020-08-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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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모 경제평론가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계속 폭등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을 부동산투기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가격의 폭등을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투기가 부동산가격 상승원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투기 규제로 미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기꾼의 사재기로 인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꾼의 사재기로 인해 가격 상승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투기꾼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폭등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만 보고 빙산의 크기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인 효과를 살펴봐야 부동산투기의 효과 및 부동산가격 폭등원인을 올바르게 밝힐 수 있다.

부동산투기의 장단기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투기꾼들이 왜 사재기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투기꾼들이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싸게 구입하여 비싸게 팔아서 그 차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원칙이며 투기꾼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은 현재 구입가격보다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미래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한다. 만약 그들의 예측이 틀린다면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래를 예측한다. 만약 그들 예상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그들은 투기를 통해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가격이 상승하지 않거나 하락하면 그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10여 년 전에 잘못 예측하여 막차를 탄 사람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경험도 있다. 이것은 투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투기꾼들의 예상은 상당히 정확하다.

현재 투기꾼들이 사재기를 계속하거나 팔지 않고 보유하는 이유는 부동산 정책과 여러 가지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미래시점의 수요에 비해 미래시점의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가 없을 때와 있을 때 부동산 가격변동을 비교해보자. 부동산 투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기꾼들이 미래시점의 수요에 비해 미래시점의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1,000원이라고 하자, 투기꾼들이 가격상승을 예상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면 현재 부동산가격은 1,200원으로 상승한다. 이 현상을 보고 투기꾼들이 부동산가격을 폭등시키고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비난받는다.

이런 투기꾼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투기를 규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보자.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부동산 건설의 수익성이 증가하므로 부동산 건설이 예전보다 증가하여 부동산 공급이 증가한다. 그 결과 미래 부동산 가격은 약간만 상승하여 1,300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면 부동산 가격이 미래수급을 반영하지 못하여 현재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예를 들면, 1,000원). 그로 인해 부동산 건설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부동산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한다, 그 결과 미래 부동산 가격은 1,500원으로 폭등하게 된다. 이런 폭등은 규제를 함으로써 미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규제가 없을 때는 가격변동이 1,200원 ~ 1,300원으로 100원인 반면, 규제가 있으면 가격변동이 1,000원 ~ 1,500원으로 500원이 되어 훨씬 더 심해진다. 오히려 규제가 없을 때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규제가 없을 때 미래 수요에 부응하도록 적절하게 공급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투기꾼이 미래수급을 반영하여 현재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투기꾼은 상식과 달리 가격폭등 및 가격변동 심화의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안정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투기꾼들이 이런 역할을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유용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집단의 사회적 역할을 그들의 의도에서 파악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도가 아니라 사회적 결과이다.

그리고 투기꾼이 있음으로써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이득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상승함으로써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안정화됨으로써 실수요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규제를 하면, 미래 실수요자는 1,300원이 아니라 1,50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그들이 구입할 수 있는 부동산의 공급도 상대적으로 적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꾼은 상식과는 달리 오히려 부동산의 적절한 공급 및 가격안정화에 기여함으로써 실수요자에게 이득을 제공한다. 부동산투기뿐만 아니라 모든 투기는 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투기를 규제하면 미래 수요에 부응하는 적절한 공급이 되지 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폭등을 유도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은 부동산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폭등 원인 중의 하나가 부동산투기에 대한 규제임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부동산투기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급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의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는 미래 수요 및 공급에 따른 가격변동을 통해 적절하게 공급이 조정된다. 정부가 규제를 가하게 되면 적절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급부족과 가격폭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을 안정화하려면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혹자는 그렇게 하면 부동산투기가 극심해져 부동산가격이 비이상적으로 급등한다고 우려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정부가 규제를 풀면, 미래 수요에 부응하는 적절한 공급이 이루어져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대부분 예상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오히려 부동산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기가 감소하게 되어 부동산가격은 바로 하락하면서 안정화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시도하면서 부족한 공급 증가를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주장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적절한 공급은 시장의 가격변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투기를 규제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미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경제계산에 입각하여 공공주택을 공급하려고 시도해도 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가격은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만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당국은 미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가격을 절대로 계산할 수 없다. 그들이 계산한 가격에 의해 공급을 추진하면 어떤 지역에서는 과도하게 어떤 지역에서는 과소하게 공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수요자들이 원하는 적절한 평형의 주택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고, 원하는 질의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중국이나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계획경제에서 소비자들의 욕구가 충족되도록 재화(부동산도 포함)가 공급이 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당국 계산에 의한 계획경제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사회주의국가들은 계획경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당국 계산에 의한 공급을 포기했는데, 우리가 오히려 그런 문제점이 있는 방식을 채택하려고 하니 상당히 앞날이 우려스럽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모든 규제를 해제하더라도 부동산가격이 높게 상승할 수 있다. 부동산가격이 급격하고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통화량의 증가이다. 일국의 총생산량 증가에 비해 통화량 증가가 많다면 물가는 상승한다. 총생산량이 10% 증가할 때 통화량이 20% 증가하면 물가는 10% 상승한다. 이와 같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는 일국의 총생산량 증가에 비해 통화량 증가가 많기 때문이다. 유독 부동산가격이 다른 재화의 가격보다 더 많이 상승하는 이유는 부동산이 화폐가치(화폐의 구매력 :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의 하락을 보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시기에 부동산이 자산으로서 다른 어떤 재화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상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부동산 투기 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부동산 규제를 해제하고, 통화량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즉,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역설적으로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승모(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