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김종갑 한전 사장의 ‘노동이사제’ 발언… 공기업 노사 변화 신호탄?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20-08-12 15:42 수정일 2020-08-12 15:55 발행일 2020-08-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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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불을 지핀 건 김종갑(사진) 한국전력 사장이다. 김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보고 싶다. 성공 사례가 되든 실패 사례가 되든 한번 그 길을 가보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독일 기업은 주주와 종업원이 함께 이끌어가는 조직체라는 점이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이라며 “주주와 노조가 절반씩 추천한 멤버로 구성되는 감독이사회는 경영진을 임면하고, 보상을 결정하고, 주요 경영방침을 제시한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공개적인 김 사장의 글에 ‘노동이사제가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정부와 사전에 교감한 것 아니냐’ 등의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평소 신중한 스타일인 김종갑 사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의 노동이사제 발언은 절대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발언으로 떠들썩해지자, 12일 김 사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평소 소회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정부와의 사전 교감설에 선을 그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침해와 의사 결정 지연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놓고 민간 경영계에서는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거 한전은 노동이사제를 추진한 바 있다. 김 사장은 2018년 8월 전력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한전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개정돼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공운법 개정안이 발의됐음에도 불구, 야당 반대로 제도 도입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1대 국회는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것은 물론, 상임위원장과 법사위원장도 맡고 있어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특히 공공부문에선 정부가 사용자인 만큼, 경영계 참여 없이 정부와 노동계만 동의하면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노동이사제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동이사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의 운영 기한은 오는 11월까지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