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칼럼] 임대차 3법에 대한 자비로운 신(神)의 심판은?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0-08-03 09:01 수정일 2020-08-03 14:42 발행일 2020-08-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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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거대 여당은 아예 야당이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군사작전 펼치듯 입법에 나섰다. 전·월세 신고제와 임대료 인상 상한제, 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 등 이른바 ‘임대차 3법’ 가운데 임대료 인상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2개의 법안은 야당을 배제한 채 국회상임위에서 임대차 관련법안을 통과시킨 다음날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하루마다 열어 이를 통과시키고 곧바로 관보에 싣는다.

무수한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법안을 왜 이렇게도 서두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편성에 입각하지 않고 특정 계층의 편에 서는, 이번 임대차 3법의 경우에는 임차인의 편에 서는 것이 가져올 문제에 더해 꼭 지켜야할 법률 제정의 일반적 원칙의 하나인 ‘불소급의 원칙’마저 어기고 있다. 그래서 이 법들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갈등을 일으키고 소급적용에 따른 혼란과 부당하다고 여기는 반발을 빚을 게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혹시 정부와 여당의 지도부가 스스로의 ‘무오류성’을 믿는 ‘치명적 자만’에 빠진 게 아닌가? 혹시 그런 자만에 빠져서 이견(異見)을 들을 시간도 아깝기 때문에 이렇게 군사작전을 하듯이 해서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시행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임대차 3법에 대해,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神이 있다면, 그 神은 어떤 심판을 내릴까? 임대인은 강자이고 임차인은 약자이기 때문에 이 자비로운 신은 이 법률에 찬성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전세시장에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임대차 3법에 반대할 것인가? 저명한 경제학자인 기업가정신 이론의 대가, 이스라엘 커즈너(Israel Kirzner) 교수는 자신의 이론에 근거해서 그 신이 안타까워하면서 반대할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커즈너 교수는 현실의 경제현상을 주관적 가치를 지닌 개인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상태에 대한 ‘규범적’ 판단을 내리는 기준으로 “조정”(coordination)이란 것을 제안했다. 신이 보기에 어떤 두 사람이 가진 것을 교환한다면 둘 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서로가 그런 줄 모르고 교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 이처럼 조정(coordination)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그 자비로운 신은 안타까워할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한다는 것은, 커즈너 교수에 따르면, 기업가적 기민성을 발휘해서 이런 상태를 조정되게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앞의 사례에서 어떤 기업가가 이런 상황을 남보다 먼저 발견해서 두 사람의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신의 안타까움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 바람직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임대차 3법의 시행을 예상하고 전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도 우리의 자비로운 신의 안타까움을 덜어낼 수 있을까? 아니다. 정반대다. 우리의 자비로운 신의 안타까움은 더 커질 것이다.

이제 전세시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을 살펴보자. 시장의 자연스런 기능을 ‘입법’을 통해 규제하려고 할 때, 특히 자연스런 가격의 인상을 규제 입법을 통해 막을 때 대상이 된 재화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품귀’ 현상이 빚어진다고 경제원론은 설명한다. 구(舊)소련에서 g당 쇠고기 값을 통제했더니 살점은 거의 없는 뼈가 대부분인 쇠고기만 시장에 나와 가격규제를 무력화하거나, 뼈가 별로 없는 토끼고기의 경우 시장가격을 강제로 인하하도록 했더니 토끼고기가 시중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임대차 3법’도 임대료 인상의 폭을 5%로 제한했다. 유사한 가격통제다. 지금까지 2년이던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할 권한을 임차인에게 부여했다. 계약이 만료되어도 그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제했다. 다만 임대인 자신이 들어와 사는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경제원론이 설명하듯이, 임대인들은 전세매물을 거둬들였고 그 결과 지금 시중에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서 기존의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 집을 당분간 비워두거나 자신이나 자녀가 들어와 살겠다는 임대인들이 많다고 한다. 전세매물의 품귀는 전세가격의 앙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앙등된 전세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임차인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렇다고 임대인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2년 후 당시의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5% 이내에만 가격을 올릴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세로 들어와 살려는 임차인이 많은 지역인데도 임차인은 나가고 집주인은 아직 들어와 살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 비어있는 주택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주택을 볼 때 무엇보다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신은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 신은 인간들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래의 기회가 이에 대한 무지(ignorance)로 방치되는 상태조자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제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시장(전세)가격을 지불하고 살겠다는 사람이 있음을 공급자도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런 주택이 비어있다고?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신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플 것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