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잘못된 과거 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삼성' 간다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5-06 15:03 수정일 2020-06-12 16:55 발행일 2020-05-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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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측 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최근 전대미문의 ‘무노조 정책’ 폐기 등 진정성 있는 조치와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이 부회장의 과거와의 단절은 단순히 일회성 보여주기식 이벤트나 ‘쇼’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번에 파격적으로 삼성 오너일가 내 ‘4세 경영’을 포기하는 한편 1938년 창립 이후 82년 간 이어져온 ‘무노조 경영’에 대한 종식도 선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와해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은 ‘대전환점’을 맞은 형국이다. 앞서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 공식사과하는 등 경영패로다임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하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삼성화재에서는 창립 68년 만에 노조도 만들어지는 등 삼성 안팎에서 변화 바람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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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

특히 삼성은 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일본 수출규제 때 ‘극일 전도사’로 활약한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상황에서 기민한 대응과 함께 협력사 지원과 경기활성화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관리의 삼성’이라는 옛 명성을 회복한 모습이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100년 기업’을 위한 지속가능 경영에 시동을 걸 태세다. 그 단초가 고강도 준법·투명성 강화를 위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과 반성, 그리고 새로운 혁신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추진 중인 ‘뉴삼성 2.0’을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그 첫 단추가 이번 대국민 사과인 셈이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은 이번 대국민 사과를 ‘방향타’로 삼아 그룹의 중심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개방적 혁신을 통한 뉴삼성 모델에서 이제는 사회, 국가와 함께 상생 및 동반성장을 꾀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 확장되는 모습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투자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비롯해 각종 사회공헌 등 보다 선도적인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근 일본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사태에서 민간 경제계 내 구심점 역할을 해온 사실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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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연합)

이날 이 부회장이 “삼성 국민 사랑 관심 있었기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오로지 회사 가치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대목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 된다.

이에 재계에선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목에서는 재계 내 준법경영 등에서 삼성의 ‘메기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이 부회장은 과거와의 단절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의 고강도 준법·투명경영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한 신산업 주도권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 등을 위한 현장경영과 글로벌 경영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