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오롯이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 그리고 SNS 시대의 ‘Love Myself’…뮤지컬 ‘차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4-08 19:00 수정일 2020-04-10 18:28 발행일 2020-04-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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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차미’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잠 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들여다보는 휴대폰 화면, 들락날락 하며 ‘눈팅’과 ‘인증’을 반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시때때로 날리는 ‘좋아요’ 등으로 보고 듣고 말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진짜 나일까? 나는 오롯이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본공연으로 관객을 처음 만나는 뮤지컬 ‘차미’(4월 14~7월 5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는 수많은 의문이 스치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방탄소년단(BTS)이 전세계를 들끓게 했던 핵심 메시지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는 더 이상 개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차미
뮤지컬 ‘차미’(사진제공=페이지원)

그렇게 뮤지컬 ‘차미’가 엮어가는 스토리텔링의 주요 줄기는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오롯이 나로 서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소심하고 평범한 차미호(유주혜·이아진·함연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가 ‘내가 되고 싶은 나’로 만들어낸 SNS 속 차미(@Cha_ME, 이가은·이봄소리·정우연).

상상 속 존재가 실제로 미호의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에는 최첨단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똑똑한 괴짜 김고대(안지환·최성원·황순종)와 자타공인 완벽한 남자지만 모든 것이 지루해져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오진혁(강영석·문성일·서경석)이 함께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베르나르다 알바’ ‘사랑의 끝’ 등을 발굴한 우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작지원 프로젝트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에서 2016년 개발되기 시작했다.

1년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2017년 ‘미, 마이셀프 앤 차미’, 2019년 ‘차미: 리부트’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트라이아웃 공연됐다.

두 번의 트라이아웃까지 함께 한 조민형 작가·작사가, 최슬기 작곡가를 비롯해 ‘렁스’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일’ ‘섬’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더 데빌’ ‘아마데우스’ ‘광화문연가’ 등의 이지나 예술감독이 힘을 보탠다.

두번의 트라이아웃과 달라진 점은 ‘미호답고’ ‘차미다운’ 결론으로 인한 저마다의 주체성 확보다. 박소영 연출은 ‘브릿지경제’에 “첫 번째 트라이아웃(미, 마이셀프 앤 차미)에서는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하고 작품 특유의 톤과 매너를 잡는 것이 목표”였다며 “2019년 두 번째 트라이아웃(차미: 리부트)에서는 이야기의 뒷부분을 매끄럽게 다잡고자 했다”고 전했다.

본공연에 대해서는 “두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바탕으로 6명이던 배우들을 4명으로 줄여 그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고 엔딩을 분명하게 정리했다”며 “미호와 차미가 각자의 결론을 내는 과정을 좀 더 미호스럽게 그리고 차미스럽게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더 개성있게 다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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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차미’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최슬기 작곡가 역시 “트라이아웃에 비해 주인공인 미호가 좀더 주체적인 캐릭터가 되길 원했다”며 “두 번째 트라이아웃(차미: 리부트)의 결말이 외부의 영향이 더 컸다면 본공연에서는 미호 스스로 선택하는 결말”이라고 밝혔다.

팝을 비롯해 록, 랩, 국악, 탱고 등 다양한 장르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넘버에 대해서는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던 인물 두명 대신 다른 사건들을 추가해 주요 인물들이 좀 더 긴밀하게 얽히도록 했다”며 “특히 고대 캐릭터를 보완하기 위한 넘버, 진혁과 고대 사이의 대립관계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노래가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무대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특유의 반구 형태를 활용해 변화를 맞는다. ‘차미’ 관계자는 “배우들이 무대의 3면을 고루 사용해 최대한 관객들과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무대와 동선을 완성했다”며 “극중 내용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영상 효과로 작품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차미
뮤지컬 ‘차미’ 출연진. 왼쪽부터 1단 차미호 역의 유주혜·함연지·이아진, 2단 차미의 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 3단 김고대의 안지환·황순종·최성훈, 4단 오진혁의 서경수·강영석·문성일(사진제공=페이지원)

‘차미’는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기근, 땅을 파고드는 자존감, ‘내’가 사라져 버리는 비극, 포기할 것이 점점 더 늘어가는 현실 등으로 갈수록 증폭되기만 하는 청춘들의 ‘인정욕구’(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한다.

이지나 프로듀서는 청춘들의 간절한 인정욕구와 그 출발점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따르는 ‘차미’의 핵심 메시지로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통한 자아 찾기를 강조했다. 

이지나 프로듀서는 “오늘 날의 SNS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자 문화 양식”이라며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놀이터이고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소통의 도구다. 반면 SNS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만 치중하거나 타인의 SNS를 보고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SNS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전했다.

이어 “SNS 속에서는 단순히 ‘나’를 표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SNS 속 보정되고 선별된 나의 모습은 비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 극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차미호와 차미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차미호는 차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사실은 원한 게 아닌 허상 모두를 발견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 두 캐릭터는 보완과 상생을 통해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어 이지나 프로듀서는 뮤지컬 ‘차미’는 통통 튀는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차미호’라는 인물의 자아찾기 성장기를 녹여낸 극이다. 무엇보다도 오늘 날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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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차미’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뮤지컬 ‘차미’에는 개발단계부터 함께 했던 차미호 유주혜와 오진혁 강영석을 비롯해 재능넘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아마데우스’ ‘노트르담 드 파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함연지와 ‘키다리 아저씨’ ‘그날들’ ‘번지점프를 하다’ ‘영웅’ 등의 이아진이 차미호로, ‘마리 퀴리’ ‘너를 위한 글자’ ‘인터뷰’ ‘록키호러쇼’ 등의 이봄소리와 ‘시련’ ‘무한동력’ 등의 정우연, ‘그리스’의 신예 이가은이 차미로 새로 합류했다.

아날로그 성향으로 고전을 사랑하는 김고대 역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사춘기’ ‘썸걸즈’ ‘트레이스유’ ‘블랙메리포핀스’ 등의 최성훈, ‘여신님이 보고계셔’ ‘더 픽션’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의 안지환, ‘어나더 컨트리’ ‘전설의 리틀농구단’ ‘지구를 지켜라’ 등의 황순종이 트리플캐스팅됐다.

오진혁은 개발부터 함께 한 강영석을 비롯해 ‘그리스’ ‘젠틀맨스 가이드’ ‘이블데드’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서경수, ‘팬레터’ ‘오펀스’ ‘알앤제이’ ‘베어 더 뮤지컬’ 등의 문성일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