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대학생들 공연에서 시작한 ‘스웨그에이지’ ‘적벽’…“외쳐 기립!”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2-12 17:00 수정일 2020-02-23 09:42 발행일 2020-0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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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공연에서 시작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적벽’(위)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사진제공=정동극장, PL엔터테인먼트)

자칫 고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고전 역사가 젊고 역동적인 춤사위와 노래들로 무장하고 무대에 오른다. 시조가 금지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2월 14~4월 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과 ‘삼국지’를 입체적으로 변주한 ‘적벽’(2월 14~4월 5일 정동극장)이 동시 개막한다. 

두 작품은 각각 서울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전통예술부 대학생들이 꾸린 무대를 발전시켜 정식공연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웨그에이지’는 홍광호, 김선영, 윤공주, 조정은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제작한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의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이다. 2017년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워크숍에서 출발해 2018년 쇼케이스, 2019년 정식 초연돼 사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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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19년 공연장면 중 골빈당(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양희준, 김수하 등 신인 배우들을 대거 등용해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유키스 멤버이자 ‘부암동 복수자들’ 배우 이준영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시조’가 국가이념인 상상 속 조선, 하지만 15년 전 역모 사건으로 시조는 세도가들의 전유물이 됐다.

15년 전 역적으로 내몰려 죽음을 맞은 자모의 아들 단(양희준·이준영·이휘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자모의 의형제로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 십주(이경수·이창용)와 저마다의 사연으로 골빈당에 몸담게 된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 현재의 시조대판서이자 조정의 실권자 홍국(임현수·최민철), 그의 딸로 암암리에 골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진(김수하·정재은) 등이 엮어 가는 신명나지만 날카로운 세태풍자극이다.

몰래 시조를 즐기며 시름과 고단함을 해소하는 백성들,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밀시조대 골빈당이 15년만에 열리는 조선시조자랑에서 유약한 왕(주민우), 그 왕과 국정을 농단하는 비선실세이자 시조대판서 홍국과 운명적인 한판승부를 벌인다.

힙합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처럼 진행되는 ‘스웨그에이지’에는 ‘유희’처럼 패러디한 명칭들이 등장한다. 단과 골빈당이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결성한 팀은 ‘수애구’, 힙합의 스웨그를 한자로 풀어낸 이름이다.

조선시조자랑의 MC는 엄씨(김승용)이며 예선 참가자 ‘흑분홍’ ‘일리있네’, 마술사 ‘이금결’은 블랙핑크, 더콰이엇·빈지노 등이 속한 힙합레이블 일리네어, 이은결을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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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19년 공연장면 중 골빈당(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홍국의 호위무사 룰루랄라 조노(심수영)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롤로노아 조로, 진이 제공하는 시조 공간 국봉관은 성인나이트 국빈관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외에 ‘전국노래자랑’, 힙합의 ‘리스펙트’ ‘드랍 더 비트’ ‘레츠 기릿’ 등이 ‘조선시조자랑’ ‘존경존경’ ‘장단주세요’ ‘외쳐 기립’ 등으로 등장한다.

‘적벽’ 역시 중앙대학교 전통예술부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이 꾸린 ‘적벽무’를 정식공연화한 작품이다. ‘적벽무’는 2016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관하는 H-스타 페스티벌 금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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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적벽’ 2019년 공연장면(사진제공=정동극장)

2017년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을 지원하는 정동극장 ‘창작ing’에 선정되면서 정식공연돼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은 2020 시즌 역시 ‘적벽’으로 연다. 판소리와 현대무용으로 꾸리는 ‘적벽’은 역동적인 칼군무와 신명나는 라이브밴드, 웅장한 판소리 합창 등으로 무장하고 신선한 볼거리들을 선사한다. 

판소리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 중 적벽대전을 변주한 작품으로 인물마다 쥔 ‘부채’가 무기가 되고 동남풍이 되는가 하면 불길에 휩싸이는 전장이 되기도 한다. 인물 저마다가 쥔 부채의 상징성과 은유, 언어적 의미와 더불어 여자 조조와 제갈공명, 조자룡, 주유 등이 초연부터 눈길을 끌었다.

네 번째 시즌에서 눈여결 볼 지점은 새로운 출연자들이다. 밴드 이날치의 멤버인 소리꾼 안이호, ‘판소리 오셀로’ ‘아랑가’ 등으로 판소리의 확장에 앞장선 박인혜가 조조로,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 진행자이자 음악극 ‘적로’ 등의 이상화가 장비로 새로 합류했다. 더불어 ‘경성스케이터’ ‘아랑가’ 등에 출연했고 지난 시즌 ‘적벽’에서 정욱으로 함께 했던 정지혜는 도창으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