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구현모 사장, 지긋지긋한 'CEO 리스크' 털어낼까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12-29 15:55 수정일 2020-03-17 20:51 발행일 2019-12-30 2면
인쇄아이콘
KT사진_구현모 CEO 내정자
KT CEO 내정자 구현모 사장.(사진제공=KT)

KT가 장고 끝에 내부 경영인을 차기 수장 자리에 앉히는 결단을 내렸다. KT와 KTF가 합병한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은 만큼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다. 하지만 각종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라인에 구 사장이 속해 있어 ‘CEO 리스크’ 해소는 중장기 선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29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CEO 내정자는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는 구현모 사장이 황창규 회장과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1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 사장, 맹수호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KT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11억원을 조성, 일부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의원 1인 후원 한도인 500만원을 넘지 않도록 29명의 임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KT가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 점유율 33.33% 제한)와 경쟁사 인수·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관련 현안에 대해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후원을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석채 전 KT 회장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황창규 회장은 정치권 인사와 고위 공직자 등 14명을 경영 고문으로 부정 위촉해 고액의 급여를 주고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최근까지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의 측근인 구현모 사장이 참고인으로 불려가기도 했다.

CEO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KT의 숙제다. 유료방송에서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 등 경쟁사의 몸집 불리기 싸움 속에서 KT만이 합산규제에 발목 잡혀 속앓이를 하고 있다. 5G 점유율도 3위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KT를 추격하고 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