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냉철한 윌에서 이야기꾼 에드워드로! 뮤지컬 ‘빅 피쉬’ 작가 존 어거스트 “크리스마스에 ‘빅 피쉬’로 한국 뮤지컬 관람 데뷔합니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12-24 18:00 수정일 2019-12-25 00:41 발행일 2019-12-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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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

“팀 버튼(Tim Burton)과의 첫 작업이 ‘빅 피쉬’(Big Fish, 2003)였어요. 제가다니엘 월리스(Daniel Wallace)의 소설을 읽고 판권을 확보해 굉장히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비주얼 감각의 소유자 팀 버튼 감독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고 그가 받아들였죠. 작가와 감독으로 함께 한 ‘빅 피쉬’를 시작으로 저와 팀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됐습니다.”

뮤지컬 ‘빅 피쉬’(2020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는 물론 2003년작 영화의 대본까지 집필했던 존 어거스트(John August)는 팀 버튼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최근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의 실사영화 ‘알라딘’의 작가이기도 한 존 어거스트는 ‘빅 피쉬’를 시작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프랑켄위니’(Frankenweenie , 2012)로도 팀 버튼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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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
“저는 팀 버튼 뿐 아니라 로알드 달(Roald Dahl)의 팬이기도 했어요. 10살 때 그의 책을 읽고 손편지를 썼고 답장을 받기도 했죠. 제 어린시절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준 분입니다. 20년 후 그의 작품을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하는 영광의 순간을 맞았죠. 그렇게 어려서의 꿈이 이뤄진 작품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입니다.”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그리고 서울

“15년 전 개인적으로 북경, 상하이, 서울 3개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엔 뮤지컬 ‘빅 피쉬’ 한국 프로덕션을 관람을 위해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습니다.”

그리곤 “소설은 탈고를 하면 그 형태로 영원히 가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나라마다, 프로덕션마다 변화가 생기고 성장한다”며 “작곡가가 새롭게 가하는 변화를 목격하고 다음엔 어떻게 변할지 토론하면서 세상에 있는 모든 프로덕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소설과 뮤지컬의 다른 점을 짚었다.

뮤지컬 ‘빅 피쉬’는 다니엘 월리스의 동명소설(1998)을 바탕으로 존 어거스트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뮤지컬로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과 아들 윌, 아내 산드라 등이 풀어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았던 작품으로 뮤지컬은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 역시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보스톤, 런던에서 공연했는데 프로덕션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작가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 프로덕션의 특징을 가늠하고 성장을 지켜보고 싶어 내한했죠.”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해외 초연 6년만에 선보이는 한국 프로덕션은 스캇 슈왈츠(Scott Schwartz) 연출을 비롯해 ‘록키호러쇼’ ‘베르나르다 알바’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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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공연사진(사진제공=CJ ENM)

15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300석 규모의 런던, 900여석의 한국 프로덕션을 전부 관람한 최윤하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의 ‘빅 피쉬’는 대본과 음악을 빼고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이는 판타지에 열광하는 뉴욕 관객과 감정적 카타르시스, 슬프고 감동적인 감정선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 프로덕션은 “부자 간 갈등이 훨씬 첨예해서 마지막 감동도 더 크게 다가온다.”

낭만적이고 황홀한 이야기로 마을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은 박호산·남경주·손준호(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팩트’를 중시하는 기자인 아들 윌은 이창용·김성철,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는 김지우·구원영이 연기한다.

“한국어를 할 줄은 모르지만 제가 사는 곳이 코리아 타운입니다. 매일 한글을 마주치고 열네살 딸의 학교에도 한국인이 많죠. 익숙한 나라 한국에 와서 직접 문화를 체험하고 만끽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진화하는 뮤지컬의 매력, 한국 ‘빅 피쉬’에 기대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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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
“영화는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저 역시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복잡한 것을 실현할 수는 있지만 한 캐릭터의 내면을 세세하게 전반적으로 노출할 수 없는 것이 한계죠. 반면 뮤지컬은 인물의 내면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있어요. 아버지 에드워드와 아들 윌 간에 의사소통이나 교감이 별로 없는데 뮤지컬에서는 말로는 표현 안되는 감정들을 노래로 전할 수 있죠.”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존 어거스트는 “영화는 다양한 배경과 장소를 순간순간 편집으로 오갈 수 있지만 공연은 공간적 제약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간적 제약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무대 위 사무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책상 하나만 가져다 놓으면 돼요. 나머지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구현되죠. 그만큼 관객의 참여와 관여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제약보다는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

이어 “또 다른 장점은 뮤지컬은 저작권 자체가 작가, 작곡가 등 크리에이터들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저작권 소유자로서 작품의 진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고 죽을 때까지 이 뮤지컬을 다듬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제가 세상을 떠난다면 딸이 이어받아 수정하고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스캇 슈왈츠 연출은 ‘빅 피쉬’의 모든 프로덕션을 봤어요. 그가 저와 앤드류에게 전화해서 각 도시별 대본, 넘버, 무대의 장점들만 취합해서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할 일은 그의 실험과 시도를 승인하는 것이었죠.”

그리곤 각 도시별 프로덕션에 따라 상상력이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으로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수선화 신과 거인 칼, 서커스 장면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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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한국 프로덕션의 스캇 슈왈츠 연출(사진제공=CJ ENM)

“극의 배경인 미국 알라바마는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미국 역사와 사회 고유의 특징을 가진 곳입니다. 전통적인 미국적 문화와 스토리가 많이 파생된 곳이기도 하죠. 영화도 원작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알라바마에서 촬영했죠. 하지만 수선화는 원작엔 없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아이디어입니다.”

영화부터 뮤지컬까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흐드러진 수선화에 대해 “제 작가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한 존 어거스트는 “노란색을 좋아하는 산드라에게 허풍쟁이 에드워드가 어떻게 프러포즈할까를 고민하다가 수천송이 수선화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존 어거스트는 “25일 아내, 딸과 함께 ‘빅 피쉬’를 본다. ‘빅 피쉬’가 저의 한국 뮤지컬 관람 데뷔작”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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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의 1막 엔딩 수선화 프러포즈 신(사진제공=CJ ENM)

“각 도시별로 수선화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람 포인트입니다. 어느 도시에서는 관객들이, 어딘가는 배우들이 수선화를 한 송이씩 들었죠. 한국 특유의 감각으로 표현될 1막 마지막 수선화 장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선화 이미지를 비롯해 거인 칼이나 서커스 장면이 각 프로덕션 크리에이티브팀 특유의 상상력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지점”이라면서도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한 장면이나 캐릭터라기 보다 장면과 장면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전환되는가다”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굉장히 구체적인인 미국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라면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 관객이 이 미국적 캐릭터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보는 것도 기대하고 있죠.”

◇냉철한 윌이었던 존 어거스트, 이야기꾼 에드워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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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

“원작소설을 20년 전에 읽었어요. 당시의 저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해는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들인 윌의 관점에서 따라가며 영화와 뮤지컬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가사 중 ‘서로를 잘 아는 낮선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저와 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렸고 이 작품을 쓰게 됐죠.”

이어 “굉장히 미국적인 민화와 설화들이 등장하고 큰 담론과 더불어 아버지와 아들의 작은 이야기를 같이 담을 수 있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20년 전의 저는 아버지는 있었지만 딸은 없는 상태였어요. 게다가 책을 읽기 4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 아버지도 에드워드와 비슷하게 병환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당시에는 아들 윌로서 작품을 봤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 앞에서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많은 것을 정리해야하는 특수상황에 공감했습니다.”

이렇게 전한 존 어거스트는 “내레이터인 윌은 내성적이고 냉철하고 냉정한 저를 대입한 캐릭터”라며 영화 시나리오 작업 당시 섭섭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원작에는 명확하지 않은 윌의 직업을 기자로 설정했어요. 그런 윌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이 너무 차갑고 냉정한 비호감 캐릭터라고 했죠. 저를 대입한 캐릭터인데 비호감이라고해서 섭섭했습니다.”

뮤지컬 ‘빅 피쉬’를 개발하는 3년 동안은 작가 존 어거스트와 작곡가 앤드류 라파가 각 캐릭터들을 나눠 맡아 직접 노래하고 대사를 읊곤 했다. 그 당시에 대해 존 어거스트는 “앤드류는 저와는 반대로 활달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며 “성격에 따라 저는 윌을, 라파는 에드워드의 노래를 했다. 굉장히 저음인 거인 칼 역시 개발 당시에는 제가 연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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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픽 피쉬’ 공연장면(사진제공=CJ ENM)

“흥미로운 점은 세월이 흐르고 작가, 영화감독으로 출장·파견 등이 많아지고 딸이 생기면서 저도 좀 더 아버지의 관점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어느 순간 활달해지고 허풍도 많아지면서 윌에서 에드워드로 변한 것 같아요.” 

이어 “처음엔 윌의 관점으로 써내려갔고 나이가 들면서 에드워드에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 모두의 감정상태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시 그와 아버지의 모습과 현재 딸과 자신의 관계가 어떻게 다른지도 털어놓았다.

“당시의 아버지는 강한 모습만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로만 보여주셨죠. 하지만 지금 시대의 아버지인 저는 과정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공유하며 거기서 파생하는 성공과 실패 모두를 딸에게 보여주죠. ‘빅 피쉬’는 브로드웨이, 보스톤, 런던 등에서 공연되면서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어요. 제 딸은 저와 함께 전세계 프로덕션을 보며서 성공도, 실패도 경험하고 학습하고 이해하고 있죠. 약점도, 강한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지금 아버지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의 원천 극과 극의 대조 그리고 좋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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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

“윌의 직업을 신문기자로 특정한 이유는 사실을 쫓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기자는 팩트에 착안해서 생각하는 특성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문자적 사실과 감정적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에드워드는 감정적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고 아들 윌은 문자적 사실을 추구하죠. 두 사람의 대조를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귀결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극과 극의 대조는 작가로서 존 어거스트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상상력의 원천이자 ‘좋은 이야기’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두 가지 세상이 존재하는 걸 선호한다. ‘빅 피쉬’에서는 에드워드의 상상과 윌의 현실이 있고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는 모두의 현실과 초콜릿 공장 세계가 대조를 이룬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기대를 불어넣어주고 그 예상치를 제공하고 감정적 보상을 하는 것이 좋은 이야기죠. 더불어 관객들이 예상 못한, 허를 찌르는 감정까지 보여주는 것이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빅 피쉬’를 보기 전 관객들은 부자 지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 하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예상치보다 훨씬 깊게 파고드는 감정을 느끼고 극장을 나가게 하고 싶어요.”

이어 한국 관객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관람하시길 바란다” 당부하며 “중장년에게는 과거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 되고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젊은 부모에게는 새로운 아이를 이 세상에 어떻게 소개하고 키울지에 관심을 가지고 보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리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로 계획된 한국 ‘빅 피쉬’ 관람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뮤지컬 ‘빅 피쉬’는 사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 시즌과 잘 어울리는 작품 같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요. 전혀 상관없지만 ‘빅 피쉬’가 한국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 시즌 대표작으로 자리잡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영어 버전은 대사의 뉘앙스나 느낌 등이 잘 전달되는지를 체크하느라 긴장하게 되는데 한국어는 제가 알아 듣질 못하니 비주얼적인 스펙타클과 연출적 요소를 마음 편하게 보는 자리가 될 듯해요. 가족들과 함께!”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