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크리스마스에 북한에 원하는 것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9-12-19 14:43 수정일 2019-12-19 14:44 발행일 2019-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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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거리에 캐럴송이 울리고 형형색색의 트리가 불을 밝힌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동심에는 하나둘 미소가 번지지만, 북한이 위협한 ‘선물’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에는 우려감이 가득하다.

얼마전 서울에서 만난 유럽연합(EU)의 한 관리는 북한이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에게 비친 서울의 모습은 마치 북한의 위협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처럼 보여 신기했던 모양이다.

미 군사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북한의 움직임으로는 북한이 2020년 이전에 ICBM 시험발사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ICBM보다 준비과정이 덜 필요한 발사체를 발사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했던 장사정포의 위협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이제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초대형 장사정포’까지 갖췄다.

세계가 우려했던 대로 핵을 보유하게 된 북한은 핵ICBM 카드로 위협하며 제재완화를 놓고 미국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북미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에 주고받은 과격한 레토릭으로 회귀하는 동안 북한 비핵화의 ‘외교적 해법’이라는 문은 점점 닫혀가고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은 이 문을 완전히 걸어 잠글 수 있다. 그러면 북미 정상이 주고받았던 ‘따뜻한 친서’도, 판문점에서 함께 걸었던 서프라이즈한 장면도 모두 진정성을 잃게 된다.

세계가 한반도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랑’과 ‘평화’일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차원의 도발이 아닌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 있는 이행이란 ‘선물’을 보내주길 세계가 염원하고 있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