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치 앞만 내다보는 바이오벤처

송영두 기자
입력일 2019-12-01 14:53 수정일 2019-12-01 14:54 발행일 2019-1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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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영두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바이오 업계에게 올해는 유난히 힘든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4월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를 필두로 임상 3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신라젠,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이 딱 잘라 임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해당 기업들은 스스로 임상 실패라고 인정하지 않지만 같은 처지의 기업들은 서로를 향해 임상 실패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임상 실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A사 고위 인사는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된 B사 임상에 대해 “약물 혼용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임상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일부 바이오 기업은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면 해당 기자에게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임상 3상 결과 1차 지표에서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2차 지표에서 입증했다고 밝힌 E사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메시지로 협박이라고 느낄만한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바이오 업계 전체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일부 바이오 기업이 임상 기대감 하나로 주가를 끌어올려 놓고도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이나 악재성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자책보다는 변명, 끝없는 희망 심어주기, 언론을 탓 하는데 더욱 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임상 실패가 당연한 것이라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필자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임상 실패가 당연히 필요하고 쓴 약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임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비상식적인 행태들은 바이오 기업들의 당연한 관행이 되서는 안될 것이다.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songzi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