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의 흥미로운 ‘극 중 극’…객관적 시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9-02 20:30 수정일 2019-09-02 20:37 발행일 2019-09-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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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 극 중 극 형태입니다. 극 중 극이어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요. 애써 강조하지 않고도 홍범도의 삶을 추적해나갈 수 있었죠.”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9월 20,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김광보 총연출이자 서울시극단장은 ‘극 중 극’ 장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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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김광보 총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극 중 극으로 돼 있는 대본 자체가 민족주의적 성향이나 애국심 고취 보다는 비루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인간 홍범도의 삶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강조돼 있어 (민족주의와 인간 홍범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산하 9개 예술단체에 속한 300명의 단원들이 모두 투입된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통합 브랜딩 프로젝트 ‘극장 앞 독립군’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에서 활약하던 ‘날으는 홍범도’ 시절이 아닌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 문지기로 보낸 말년에 집중하는 음악극이다.

극장 수위 홍범도(강신구)가 30대 극작가 박한춘(허도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쓴 ‘날으는 홍장군’을 고려극장의 마지막 공연으로 준비하면서 전하는 인간 홍범도 그리고 극장 이야기다.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는 고려극장 배우들이 ‘춘향전’의 한 대목을 보여주는 1막 3장 ‘그놈의 정절’, 극장 폐쇄를 명 받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부르는 희망의 노래를 담은 1막 6장 ‘극장 불이 켜지면’, 홍범도의 활약상을 합창과 무용으로 표현한 2막 7장 ‘날으는 홍범도’가 시연됐다.

시연된 ‘그놈의 정절’과 ‘날으는 홍범도’는 극 중 극으로 목숨 보다 정절을 강조하는 세태에 대한 격론, 민족의 한을 풀어내는 영웅의 활약상 등이 연기, 무용, 합창 등에 담긴다.

◇각 파트별 연습에 이은 첫 조합의 場 “흥미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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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정혜선 총안무감독(왼쪽)과 나실인 작곡가·음악감독(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각 단별로, 파트별로 나눠서 연습을 하다 (오늘) 처음으로 맞춰본 겁니다. 상당히 만족한다기 보다는 첫 조합이라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측하고 생각만으로 조합하던 것들을 막상 해보니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연습실 공개 현장은 파트별로 나눠 연습을 하고 연출진, 감독진 등이 매개가 돼 수위와 합을 맞추는 작업을 해오던 출연진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조합하는 자리였다.

“무대(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훨씬 크고 깊이도, 높이도 있어서 지금 보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백그라운드에 LED를 쓰고 영상이 투사되는 등 여러 가지 조합으로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만들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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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날으는 홍범도’ 장면에서는 검은 의상과 붉은 천들이 민족의 한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고취시킨다. 정혜진 총안무 감독은 “전체 블랙인 의상과 함께 선택한 빨간 천은 끓어오르는 피를 상징한다”며 “민족이 마음을 한데 모은다는 데서 강렬한 빨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천이 부드럽기 보다는 힘 있게 날면서 칼이나 총을 이미지화합니다. 펴고 매고 하면서 우리의 뜨거운 마음과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결의를 드러내기도 하죠. 호흡법, 기본 움직임 등의 기본은 한국무용이고 표현은 일상생활의 움직임처럼 합니다. ‘에헤야~’는 탈춤 동작을 좀더 다이내믹하게 녹여서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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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어 정 감독은 “우리 한을 토해내는 작품이다 보니 슬픈 신들이나 안무들이 많아서 밝은 에너지로 충만하지는 못하다”며 “마음 하나로 전달할 수 있는 안무들로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나실인 작곡가·음악감독은 “출연진 300명 중 국악관현악단,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150명여명이 배우들이 선 무대 뒤쪽 위편에 자리잡는다”며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의 결합형태가 음악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에 국악기가 솔로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극장 앞 독립군’은 국악이 더 많습니다. 함께 연주할 때 완전하게 국악이 주도하는 음색이죠. 장르적으로 ‘춘향전’에서는 창극, ‘날으는 홍범도’는 국악처럼 만들었고 오페라의 일부 같은 장면도 있습니다.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했지만 큰 축은 발라드팝이에요.”

이렇게 전한 나 감독은 “우리나라 8, 90년대 발라드 음악을 밴드가 아닌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며 “음색적으로는 오케스트라가 많이 들어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시라노,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황태자 루돌프, 드라큘라, 몬테크리스토 등의)프랑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나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스쿨오브락 등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사운드와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귀띔했다.

◇폐관 직전의 극장에 맞닿은 패망한 조선 그리그 지금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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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고려극장의 수위 생활, 비구니 생활을 하던 이옥녀 여사와의 결혼 장면, 일본군에게 끌려가 고문 받다 사망한 아내, 독립운동 중 사망한 아들 양순 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고 픽션은 3분의 1 정도입니다.”

이렇게 전한 김광보 총연출은 ‘극장 앞 독립군’에 대해 “2010년 초 고연옥 작가로부터 연극 대본으로 먼저 받았다. 모 단체에서의 제작 계획이 무산되면서 계속 남았던 작품”이라며 “세종문화회관에서 통합공연을 하자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작품”이라고 전했다.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해로 시기도, 독립운동가라는 소재도 적합했죠.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어떻게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배제할 수 있겠습니까. 민족주의적 성향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부분은 분명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인간 홍범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다루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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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어 김 연출은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에서 극장 수위를 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어떻게 카자흐스탄까지 가서 극장 수위가 됐을까 궁금했고 극장이라는 공간성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극장에서 연극을 한다는 행위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연극을 해야 하는가 등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폐쇄 직전의 극장이 패망한 조선,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종문화회관이 세워지고 40년 동안 단 한번도 없던 이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만들어진, 흥미로운 작업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