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사춘기’의 아픈 성장통… 랩 뮤지컬 ‘쏘 왓?’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8-29 07:00 수정일 2019-08-29 13:40 발행일 2019-08-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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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남편 황민 음주운전 사고로 두문불출하던 박해미의 해미뮤지컬컴퍼니의 랩 뮤지컬 ‘쏘 왓?’(So What), 박해미 아들 황성재의 뮤지컬 데뷔작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원작인 독일 프랑크 베데킨트 희곡 ‘사춘기’(원제 눈 뜨는 봄 Fruehlings Erwachen) 바탕으로 한 성장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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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뮤지컬 ‘쏘 왓?’에서 천재소년 멜키오로 분한 황성재(왼쪽)와 박해미 총감독.(사진제공=bnt)

시조가 금지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배우였고 17세기 스페인의 왕 펠리페4세의 연인이었던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Maria Ines Calderon)의 일대기를 담은 제13회 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공식초청작인 스페인의 ‘라 칼데로나’(La Calderona)의 공통분모는 랩과 힙합 선율이다. 

랩의 라임과 현실비판, 스웨그, 디제잉 등을 조선 시조의 운율과 세태풍자, 스페인의 황금시대에 언어로 풍자와 해학을 표현했던 예술 양식으로 연결시키며 현대와의 접촉을 시도했던 ‘스웨그 에이지’와 ‘라 칼데로나’에 이어 랩 뮤지컬 ‘쏘 왓?’(So What?)이 8월 29일 원패스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쏘 왓
랩 뮤지컬 ‘쏘 왓?’(사진제공=해미뮤지컬컴퍼니)

일탈, 임신, 반항, 자살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 19세기 독일의 표현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Frank Wedekind)의 희곡 ‘사춘기’(원제 눈 뜨는 봄 Fruehlings Erwachen)를 바탕으로 한 부조리극이자 성장극이다. 

2006년 5월에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제목의 록 뮤지컬로 변주되기도 했던 ‘사춘기’는 19세기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이제 막 성(性)에 눈 뜬 청소년의 일탈, 그들의 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방황, 그런 그들을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권위가 날을 세우며 갈등하는 이야기다.
반항과 낭만, 본능과 이성, 사춘기 청소년이어서 가능한 적나라한 표현과 가식, 위선 등으로 대처하는 기성세대가 부닥치는 ‘쏘 왓?’은 ‘사춘기’를 모티프로 청소년들의 고민과 혼란, 상처 등을 랩으로 표현한다. 
제도권에서의 이탈을 꿈꾸는 모범생이자 천재소년 멜키오(강민규·심수영·황성재, 이하 가나다 순), 그 소년에게 설명 보단 명령으로 일관하는 기성세대의 격돌을 통해 성, 신분, 규범, 사회적 규율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쏘 왓?’은 천재소년 멜키오와 성적에 대한 압박감, 신체적 변화 등 사춘기 격정에 휩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리츠, 멜키오와의 관계로 임신을 하면서 누구보다 호된 성장통을 치르는 벤들라, 동성인 서로에게 끌리는 한셴과 에른스트,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다 일탈을 꿈꾸는 소녀들 마르타와 일세 등 원작의 등장인물과 관계를 재구성해 꾸린다.
천재소년 멜키오와 일탈의 대명사가 된 일제(오다은·이예슬), 멜키오를 동경하는 모리츠(김형철·유현수)와 동성인 멜키오에 사랑을 느끼며 자책하는 핸스헨(김대환·김상우), 기성세대의 권위에 희생되는 벤들라(문채영·윤지아) 등 휘청거리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성장극으로 변주된다.
1년 전 남편 황민의 음주운전 사고로 두문불출하던 박해미가 운영하는 해미뮤지컬컴퍼니 작품으로 그의 아들 황성재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박해미가 총감독으로 진두지휘하며 ‘덕혜옹주’ ‘정의봉’ 등의 오광욱 해미뮤지컬컴퍼니 상임연출, 래퍼 엘카이슨(L.Kaison)이 작사·작곡·음악감독으로 힘을 보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