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Tech War’…진화하는 무역분쟁에 한국경제 ‘위태’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19-08-27 11:26 수정일 2019-08-28 17:47 발행일 2019-08-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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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팽팽한 기 싸움' <YONHAP NO-2249 번역> (AP)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월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오사카=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관세에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두고 보복에 또 다른 보복을 얹으며 진행되는 두 나라의 ‘테크 워(Tech War)’는 글로벌 규모의 주도권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G2 분쟁은 우리에게 치명타다.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한국경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 불난 데 ‘화웨이’ 기름 부은 격

중국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23일 미국산 수입품 750억달러 규모에 5~10%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일부는 9월 1일부터, 나머지는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미국은 곧바로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에 대해 기존 25% 관세율을 30%로 올리며 맞받아쳤다. 여기에 추가 3000억달러에 대해서는 10%에서 15%로 상향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G2 갈등을 짐작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중국의 기술 기업 화웨이 관련 70여개 기업을 90일간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시킨 뒤 지난 19일 종료 또는 연장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미국은 일부 기업에 대해선 90일간의 유예 조치 연장을 발표하면서도,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시켰다. 이 결정이 중국을건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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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보호무역’ 자극 ‘Tech War’

기술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규모의 주도권 분쟁은 미국이 ‘보호무역’의 이빨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권영민 명지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이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이끌어왔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인식의 오류”라며 “미국의 산업화는 보호무역과 연관이 더 깊다”고 판단했다.

권 교수는 “국제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치료하고 냉전체제에서 우방세력의 결집을 위해 70여년 동안 통합돼 왔지만, 최근 중국 및 신흥국가들을 경쟁자로 인식한 미국은 다시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가장 크게 제재하는 화웨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가만놔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두 국가의 패권 싸움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Amarica first)’를 내세우며 중국의 기술추월을 용납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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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CI (사진=화웨이)

◇ 美, GDP 감소 두렵지 않은가?

이같은 결정이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며 “선거 관점에서 봐도 중국에 관세 압박을 넣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두 국가의 갈등은 미래 경제의 판 싸움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의 일환”이라며 “두 국가의 무역갈등은 고조와 완화로 보는 것이 맞으며 목적이야 어떻든 그 효과는 순환적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추가 감세 및 재정 지출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연방준비위원회(Fed)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수 교수는 “기술적으로 중국은 아직 미국에 한참 뒤쳐져있다”며 “중국이 한 풀 꺾여 타협안을 제시하면 미국이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이 갈등에서 미국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두 국가의 갈등은 지역, 범위 모두 확장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목록에 포함된 기술들이 모두 잠재적 규제 대상”이라며 “아직 중국 기업들이 주요 표적이지만 미국의 국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국가 안보 보호를 근거로 다른 국가들의 기업도 규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국,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자유무역 수혜국가, 한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판단이 나온다. 권영민 교수는 “최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나 중국과 러시아의 항공식별구역 침범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대외 의존적 성장 전략과 실리 중시의 외교·통상정책 점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다음달 예정된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계획과 미중 무역협상 재개 여부, 상무부의 수출통제목록 및 블랙리스트 업데이트 내용과 2020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최종안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5G 주도권 분쟁이 본격화되면 ICT 산업의 회복이 지연되고 세계 경제 하강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