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옛날 로맨스? 큰 거인과 맞서 싸워야할 지금 그리고 미래 누구나의 이야기! 뮤지컬 ‘시라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8-23 20:00 수정일 2019-09-13 10:28 발행일 2019-08-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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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로스탕의 5막짜리 시극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를 무대화한 지킬앤하이드’의 레슬리 브리커스·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작 뮤지컬 '시라노'
김동연 연출, 류정한·최재웅·이규형·조형균이 새로 합류했고 록산은 박지연·나하나, 크리스티앙은 송원근·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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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사진제공=RG, CJ ENM)

“초연 때도 자신감 있게 좋은 작품을 올렸다고 생각했는데…초연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재연에서는 드라마를 좀더 완성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22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라노’(10월 13일까지) 프레스콜에서 프로듀서이자 시라노를 연기하는 배우이기도 한 류정한은 재연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연출님, 작가님과 드라마를 좀 더 완성시키고 공감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부족한 음악도 몇곡 더 추가해 개연성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여러 개로 쪼개지는 게 아니라 큰 장면이 많은 공연으로 초연 때 부족했던 무대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영상, 회전무대 등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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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의 프로듀서이자 배우 류정한(사진제공=RG, CJ ENM)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의 5막짜리 시극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Cyrano de Bergerac)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다른 세상, 혹은 달나라와 제국들’ ‘태양의 나라와 제국들’ 등의 17세기 프랑스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한 운문 희곡을 바탕으로 ‘지킬앤하이드’의 레슬리 브리커스·프랭크 와일드혼 콤비가 대본·작사와 작곡을 책임졌다.

2년만에 돌아온 재연은 ‘어쩌면 해피엔딩’ ‘프라이드’ ‘알앤제이’ ‘시데레우스’ ‘신흥무관학교’ 등의 김동연 연출이 새로 합류했다.

시라노 역에는 초연의 류정한을 비롯해 최재웅·이규형·조형균이 새로 합류했고 록산은 박지연·나하나, 크리스티앙은 송원근·김용한이 더블캐스팅됐다.

김동연 연출은 재연의 변화에 대해 “고전 희곡의 전개방식의 원작을 현대의 뮤지컬 언어로 각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원작은 중요한 사건들이 한 장소에서 일어나거나 장면 전환 없이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바꾸기 보다는 현대에 맞는 언어로 해석했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 흐름 그대로 올리는 옛날 희곡 작품을 뮤지컬적 언어, 장면 전환, 음악 삽입 등으로 드라마에 긴장감을 주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재구성했죠.”

이렇게 설명한 김동연 연출은 장소의 변화, 드라마 강화 등으로 바뀐 가스콘 부대 훈련, ‘거인을 데려와’ 등의 장면을 예로 들었다. 이어 “장면과 캐릭터의 개연성을 확보하고 현대 관객들이 보기에도 이해되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핵심은 록산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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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 록산 역의 박지연(사진제공=RG, CJ ENM)

“왜 두 남자가 사랑하게 되는가, 현대 관객들이 보기에도 얼마나 매력 있는 인물인가 등 개연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시대 록산이라는 인물은 중세가 바라보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상징이죠. 요즘 시대에서의 아름다움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곤 “원작에서도 진취적이고 시를 좋아하지만 현대에서 해석하기에는 원작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록산이 시라노와 영혼이 닮은 인물이 되기를 바랐다. 두 인물이 대등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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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 록산 역의 나하나(사진제공=RG, CJ ENM)

록산 역의 나하나는 “록산이 사랑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록산 캐릭터를 록사에서만 찾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라노를 관찰하게 됐다”고 말을 보탰다.

“모습과 성품에서 록산이 시라노에게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고 두 사람이 사랑하는 무언가가 같기 때문에 영혼의 쌍둥이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록산은 시라노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 같아요. 시라노의 죽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담담하게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너무 좋은 드라마를 가진 인물이죠.”

뮤지컬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를 살았던 실제 인물을 극화한 이야기로 자칫 너무 옛날 로맨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프로듀서 류정한은 “고전이라는 건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개인적으로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옛날 이야기지만 현대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라노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용기, 외로움, 정의 등이 담긴 인물이에요. 로맨틱한 사랑이야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시라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외로움을 가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들이죠. ‘시라노’에서는 편지로 사랑을 전하지만 지금은 SNS로 소통합니다. 소통 방법이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들은 같다고 생각해요.”

이어 “옛날이 아닌 지금의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덧붙인 류정한은 “10, 20년 뒤에는 세상이 변하길 원하지만 세상은 잘 안변한다”고 전했다.

“모든 불의와 잘못된 것에 맞서 싸우는 시라노도 외로움은 감당해내야 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큰 거인과 맞서 싸워야하죠. 당장 상사랑도 싸워야 하고 사랑과 꿈도 재취해야하고 앞에 닥친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일들은 다른 방식으로 10, 20년 뒤에도 계속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은 고전이 아닌, 앞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텍스트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