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러시아 전통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 vs 악마의 부각 국립발레단, 닮은 듯 다른 발레 ‘백조의 호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8-22 07:00 수정일 2019-08-22 10:08 발행일 2019-08-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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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백조의 호수’
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내세운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SPBT)와 악마 부각시킨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동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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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대표적인 발레곡 ‘백조의 호수’(Swan Lake)가 두 단체에 의해 공연된다. 러시아 정통 발레를 지켜온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St Petersburg Ballet Theatre, 이하 SPBT)와 국립발레단이 같은 시기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린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잠자는 숲속의 공주·호두까기 인형) 중 하나로 전세계 대부분의 발레단이 고정 레퍼토리로 삼는 작품이기도 하다. 낮에는 백조로 살아야 하는 저주에 걸린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이야기로 다양한 발레 단체에서 자주 공연되는 만큼 변주도 잦은 작품이다. 
[SPBT 백조의 호수] 포스터(제공
SPBT ‘백조의 호수’(사진제공.마트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의 백미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백조로 살아가는 오데트와 그의 딸인 흑조 오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한명의 프리마 발레리나다.

그 중 오딜이 선사하는 32회전 푸에떼(발끝으로 몸의 중심을 잡으며 다른 다리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며 하는 회전), 지그프리드 왕자와의 ‘백조 아다지오 파드되’(2인무), 백조들의 군무, 광대의 36회전 춤 등이 시그니처 장면이다. 

동시에 공연되는 두 단체의 ‘백조의 호수’는 동반 죽음을 맞는 새드 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을 채택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SPBT의 ‘백조의 호수’(8월 28~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특징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내한했던 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Irina Kolesnikova)는 “전세계적으로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버전에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하며 다변화하고 있다”며 “SPBT의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 발레단 무용수 출신의 콘스탄틴 세르게예프(Konstantin Mikhailovich Sergeev)가 1950년 개정한 안무와 내용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그프리트가 악마의 날개를 찢으면서 백조들의 저주가 풀리는 해피엔딩을 따르는 SPBT ‘백조의 호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연간 200회 이상 해외 투어에 나서는 SPBT 대부분 공연의 주역으로 동양인 최초의 마린스키 발레단 발레리노 김기민과도 ‘백조의 호수’ ‘라 바야데르’ 등으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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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를 대표하는 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는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원이 된 김기민과 ‘백조의 호수’에서 호흡을 맞췄다.(사진제공.마트엔터테인먼트)
170cm를 훌쩍 넘기는 키에 모든 근육을 잘게 활용하는 고난이도 테크닉과 섬세한 감정연기로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즈베레브(Konstantin Zverve)와 무대에 선다. 
콘스탄틴 즈베레브는 2005년부터 마린스키 발레단에 몸담고 있는 발레리노로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라 바야데르’(La Bayadere), ‘아가씨와 양아치’(The Young Lady and the Hooligan), ‘돈키호테’(Don Quixote), ‘라실피드’(La Sylphide) 등 마린스키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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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역할이 부각된다(사진제공=국립발레단)

2015년 공연 이후 4년만에 돌아오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8월 28~9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발레 안무의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Yuri Grigorovich) 버전을 무대에 올린다.

선과 악의 극명한 대비에 집중하는 안무로 악마 로트바르트의 역할이 부각된다. 

1막 후반 지그프리트와 로트바르트가 함께 추는 ‘그림자 춤’(The Shadow Dance)이 차별 포인트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춤은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트의 내면임을 부각시키는 안무로 프리마 발레리나의 흑조와 백조만큼이나 대비된다.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솔리스트 허서명, 수석무용수 김리회와 솔리스트 박종석, 첫 오데트·오딜에 도전하는 솔리스트 정은영과 수석무용수 이재우 등 전혀 다른 매력의 세 페어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두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역할로 변주되는 악마 로트바르트는 수석무용수 이재우와 김기완, 드미 솔리스트 변성완, 코르드 발레 구현모가 번갈아 연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