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변동성 심화···산업계 주시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08-19 16:28 수정일 2019-08-19 17:19 발행일 2019-08-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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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심화로 국내 산업계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한 주유소 모습.(연합)
 

최근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 유지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과 이란 등 중동지역 정세 변화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큰 폭으로 심화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0.40달러 상승해 54.87달러,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0.41달러 상승해 58.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급격하게 고꾸라진 국제유가는 올해 상반기 완만한 상승을 거듭하며 올 4월 말 WTI는 배럴당 66.30달러, 브렌트유는 74.57달러까지 올라가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하루마다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유가의 변동성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달 1일 미국이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WTI는 최근 4년 사이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던 WTI는 7일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는 조건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추가적으로 하락, 1주일 사이 배럴당 7.49달러나 가격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브렌트유 역시 8.94달러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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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종 월평균 국제유가 흐름. (자료=한국석유공사)
13일 미국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연말까지 미루겠다고 발표하자 WTI와 브렌트유 모두 배럴당 2달러 이상 상승했으나, 바로 다음날인 14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주요 유종 모두 배럴당 6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유국들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석유수출국기구(OPEC)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OPEC의 일평균 산유량은 전월 대비 24만6000배럴 감소했으며,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13만4000배럴을 줄였다. 이에 더해 다음달에는 공동감산점검위원회(JMMC)가 예정돼 있는 만큼 주요 산유국들이 최근의 유가 하락세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감산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EIA)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나 최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 부진은 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인 만큼 향후 유가의 방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최근 국제유가가 미·중 무역갈등 이슈에 급등락을 보인 만큼, 유가가 양국의 협상을 앞두고 관련 이슈에 따른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단기적으로 유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국제유가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련업계는 변동 방향성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원유를 수입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유가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가를 움직이는 원인인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글로벌 수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인 정유·화학사들은 올해 2분기 글로벌 불황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전년 대비 실적이 절반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다. 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항공·해운 등 운송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고정비 절감을 반기고 있으나, 글로벌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관세 이슈가 본격화되면 물동량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우려할 점이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