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일 경제전쟁서 의기투합? 다음주 전경련과 여권(민주당) 간 '해빙(解氷)' 분수령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8-16 15:41 수정일 2019-08-16 16:04 발행일 2019-08-16 99면
인쇄아이콘
오는 20일 한반도평화경제포럼과 한경연-민주당 간담회 개최
2019030701000488200021741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

최근 한일 경제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재계 유력 단체 중 한 곳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간 ‘해빙무드’가 조성될 조짐이어서 재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 허창수 전경련 회장, 구연철 기재부 제2차관 등 여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경련 주최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창립 세미나’가 열리는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하는 ‘한경연-민주당 국회의원 간담회’가 개최된다.

특히 전자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언급한 ‘평화경제’ 구상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그리고 후자는 여당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트(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한일 경제전쟁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전경련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논의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후자의 경우 여당과 전경련 사이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여권과 전경련이 연쇄 만남을 갖는 것은 이전까지 청와대 등 여권 내에서 ‘전경련 패싱’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기점으로 전경련과 여권 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지난 3월 26일, 청와대 공식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때 일각에선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 넘게 지속된 ‘전경련 패싱(배제)’ 해소의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후 양측 간 이렇다 할 교류는 없는 상태다.

양측 간 교류라고 해봐야 지난해 11월, 롯데·신세계·CJ·KT·한라·대우건설 등 기업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에 당시 송영길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이 참석한 이후 지난 4월 중순 조명철 환경부 장관이 전경련에서 열린 ‘미세먼지 현황과 국제공조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한 정도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시작으로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민주노총,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계 및 노동계와의 릴레이 간담회에서 전경련만 제외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재계든 어디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으나, 정작 전경련은 찾지 않았다. 이는 대한상의가 ‘최순실 게이트’로 이른바 ‘적폐’로 내몰린 전경련을 대신해 새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낙점되면서 청와대와 함께 문 대통령의 방미와 방중에 동행하는 경제인단 구성을 조율하는 한편 지난해 7월 문 대통령과 삼성·현대차·SK·LG 등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등 정부와 재계를 잇는 소통창구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왔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심지어 전경련은 지난달 23일 일본 정부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수출규제 철회 의견서’를 제출했을 때에도 멤버에서 제외될 정도로 재계 내에서도 사실상 ‘왕따’ 신세나 다름없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전경련이 1983년부터 일본 내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매년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해오는 등 양국 경제계 간 교류 창구 역할을 하면서 풍부한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점에 비춰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허 회장도 전경련 회장 4연임 이후 대미 통상외교와 한일관계 회복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외면에도 전경련은 최근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은 최근까지 경제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을 축소, 개편하는 한편 한일 통상분쟁 해결 방안 모색 등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여당이 전경련 등 재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해법을 찾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전경련은 일본 네트워크가 풍부한 만큼 정부의 향후 해법 모색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