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소재·부품이 반도체보다 100배 쉬워…中企 혁신부터 지원해야"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8-12 17:19 수정일 2019-08-12 17:21 발행일 2019-08-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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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사진=정길준 기자)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소재·부품 국산화라는 대응책을 내놨지만, 관련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이 생태계 마련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소재·부품 장비 기술의 난이도가 반도체 만드는 기술보다 100배 쉽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에서 20년간 선두를 유지했는데 소재·부품 국산화가 힘들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스타트업이 혁신을 해도 신뢰가 뒤따르지 않았다. 대기업과 정부가 중소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닫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진 이유는 함께 신뢰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한국이 빈민국에서 개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추진했던 모방형 R&D 정책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30년간 이어진 국가 R&D 사업에서 차별화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다”며 세계 유일의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가 지식재산(IP)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황 회장은 “특허 하나로 재벌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혁신과 대기업의 신뢰가 만나 글로벌 초기시장을 선점할 때 대한민국은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그래서 M&A(인수·합병)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황철주 회장은 △고의적 특허침해와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처벌(사업정지)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위한 국제 IP거래시장 조성 △기술 거래소 및 거래사 육성 △강한 특허 창출 및 사업화 지원 등을 IP 기반 혁신 성장을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함께 발제를 맡은 박호형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특허 무역수지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대(對)일 특허 무역수지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국장이 공유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의 전체 특허 무역수지 적자는 2014년 33억7000만 달러에서 2018년 16억5000만 달러로 51% 줄었다. 하지만 대일 특허 무역수지 적자는 2015년 2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7000만 달러로 74.1%나 늘었다. 대일 특허무역 적자의 대부분은 소재·부품 분야가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전자 분야의 비중이 높았으며 거의 모든 적자가 대기업에서 발생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