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그 시절 미국에서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블루레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8-08 07:00 수정일 2019-08-08 19:11 발행일 2019-08-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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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필름누아르가 성행하던 1940년대 미국 할리우드 배경으로 영화제작 과정 다룬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오정택 연출, 최재림․강홍석, 이지훈․테이 등
, 도스도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변주한 ‘블루레인’ 추정화 연출․허수현 작곡가, 이주광․이창희, 박유덕․임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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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1990년대 후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8월 7~10월 2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블루레인’(8월 9~9월 1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이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재즈와 필름누아르가 성행하던 194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로 제작하려는 작가 스타인(강홍석·최재림, 이하 가나다 순)과 그 작품 속 주인공인 탐정 스톤(이지훈·테이)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극 중 극 형태의 작품이다.

뮤지컬 ‘라이프’(The Life), ‘포시’(Fosse), ‘바넘’(Barnum), ‘스위티 채러티’(Sweet Charity) 등의 작곡가 사이 콜맨(Cy Coleman)이 재즈적 요소를 총동원해 넘버를 꾸렸다. 재즈와 더불어 색으로 구분되는 현실과 영화 속, 팜므 파탈, 언어적 유희, 패러디와 오마주 등 1940년대를 풍미했던 누아르적 요소들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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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

1989년 12월 11일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초연돼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으로 한국 초연에는 뮤지컬 ‘레드북’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연극 ‘킬미나우’ 등의 오경택 연출, ‘나빌레라’ ‘금란방’ ‘생쥐와 인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의 박해림 작가, ‘영웅’ ‘엑스칼리버’ ‘팬텀’ ‘엘리자벳’ ‘웃는남자’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이 힘을 보탠다.

 

오경택 연출, 박해림 작가 등 창작진과 배우들의 고민은 지극히 미국적인가 하면 수동적이고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등 시대에 반하는 요소들을 한국화하고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오경택 연출은 “원작이 가진 코미디적인 측면을 보강·강조함으로서 이야기를 한발 떨어져 보게 하는 ‘거리 기법’을 활용했다”며 작가 스타인과 주인공 탐정 스톤의 현실과 영화 속 세계가 컬러와 흑백으로 교차되는 극의 가장 큰 특징을 어떻게 한국화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했다.

오 연출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흑백을 절반으로 나눠 쓰는 심플한 방법을 썼지만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필름 롤을 상징하는 회전 원형 무대, 카메라의 이중조리개 등 좀 더 다채롭게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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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에서 중요한 엔젤들(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

재즈 넘버에 깃든 스윙, 바운스, 그루브 등도 ‘시티 오브 엔젤’의 특징이다. 악기 편성, 창법, 스캣(Scat, 의미가 없는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미국의 재즈 창법), 긱(Gig, 필요에 따라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했던 형태) 연주 등 1940년대 정통 재즈 스타일은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넘버들과 40여개에 이르는 백그라운드 뮤직(BGM)으로 무장했다.

이에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명의 엔젤들(김찬례·윤지인·이준성·황두현)과 스윙(백업 배우)처럼 배치한 ‘멀티’ 4명(김연진·안다영·이종석·이준용)의 활약이 무엇보다 부각될 전망이다. 더불어 스타인과 스톤을 제외한 모든 캐스트들은 현실과 영화 속을 오가며 1인 2역을 연기하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스타인의 영화제작자 버디이자 작품 속 영화계 거물 어윈 어빙은 정준하·임기홍, 버디 부인 칼 헤이우드와 팜므파탈 어로라 킹슬리는 가희·백주희, 스타인의 여자친구 게비이자 스톤의 헤어진 연인이자 여가수 바비는 방진의·리사, 스타인과 스톤의 비서 도나이자 울리는 김경선·박혜나가 연기한다. 18인조 빅밴드가 무대 위에 올라 극의 요소로 작용하며 낯선 혹은 색다르게 재즈 스타일로 노래하는 배우들의 도전을 전폭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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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루레인' 출연진. 위 왼쪽부터 시게방향으로 루크 역의 박유덕‧임병근, 테오 역 이창희‧이주광, 사일러스 조환지‧임강성, 헤이든 김려원‧최미소, 존 루키페르 박송권‧김주호(사진제공=씨워너원)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의 새로운 콤비작 ‘블루레인’은 러시아의 문학거장 표도르 도스도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Dostoevsky, Fedor Mikhaylovich)을 1997년 7월의 미국 유타주 스프링데일로 배경을 옮겨 변주한 스릴러다.

지난해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 선정작으로 2019년 축제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방대한 원작 속에서 ‘선과 악의 경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스프링데일 지역의 탐욕스럽고 폭력적이며 방탕한 유지 존 루키페르(김주호·박송권)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극은 그의 아들들을 향한 의심어린 시선으로 긴박감을 끌어올린다.

술과 도박에 중독된 사고뭉치에 감정 기복이 심한 큰 아들로 친모가 남긴 신탁자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 존을 찾았던 테오,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엄마에 대한 상처로 신을 믿지 않는 둘째 아들이자 뉴욕의 전도유망한 변호사 루크, 존의 죽음에 얽힌 테오의 연인이자 클럽 가수 헤이든 로즈, 정체가 미스터리한 새로 들인 하인 사일러스, 테오와 루크를 아들처럼 돌본 가정부 엠마 등의 등장인물들이 촘촘하게 엮여 인간의 사랑과 희생, 서로가 있어 살 수 있다는 ‘내 주변인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테오 역에는 이주광·이창희, 루크 박유덕·임병근, 헤이든에 김려원·최미소, 사일러스 조환지·임강성, 존 루키페르에 김주호·박송권,    엠마에 한유란·한지연이 캐스팅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