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재즈넘버·오경택 연출·배우들과 함께 하는 ‘처음’…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김문정 음악감독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8-06 22:00 수정일 2019-08-06 22:00 발행일 2019-08-0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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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콜맨 재즈넘버로 꾸린 블랙코미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김문정 음악감독, 오경택 연출, 박해림 작가 의기투합
강홍석·최재림, 이지훈·테이, 정준하·임기홍, 백주희·가희, 박혜나·김경선, 리사·방진의 등 출연
4명의 엔젤들 김찬례·윤지인·이준성·황두현과 멀티 김연진·안다영·이종석·이준용의 활약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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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The P.I.T)

“재즈도, 오경택 연출님과도, 최재림·김경선·방진의·정준하 배우들과도 ‘처음’이에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8월 7~10월 2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김문정 음악감독은 유독 ‘처음’이 많은 작품의 개막을 앞두고 “설레고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시티 오브 엔젤’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풀어가는 블랙코미디 뮤지컬로 ‘라이프’(The Life), ‘포시’(Fosse), ‘바넘’(Barnum) 등의 작곡가 사이 콜맨(Cy Coleman)이 재즈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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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작가 스타인 역의 최재림(왼쪽부터), 작품 속 주인공 스톤 테이·이지훈, 스타인 강홍석(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작가 스타인(강홍석·최재림, 이하 가나다 순)과 그 작품 속 주인공 스톤(이지훈·테이)이 교차되는 극 중 극 형태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1989년 12월 11일 초연돼 879회에 걸쳐 공연되며 사랑받았다.

논레플리카(Non-replica, 수정과 각색이 허용되는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초연되는 ‘시티 오브 엔젤’에는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해 뮤지컬 ‘레드북’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연극 ‘킬미나우’ 등의 오경택 연출, ‘나빌레라’ ‘금란방’ ‘생쥐와 인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의 박해림 작가가 힘을 보탠다.

작가 스타인 역에는 뮤지컬 ‘마틸다’ ‘애드거 앨런 포’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에어포트베이비’ 등의 최재림과 ‘엘리자벳’ ‘킹아더’ ‘모래시계’ ‘나폴레옹’ 등의 강홍석이, 스타인이 극화한 작품 속 주인공인 탐정 스톤은 ‘엑스칼리버’ ‘광염소나타’ ‘엘리자벳’ ‘안나 카레니나’ 등의 이지훈과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여명의 눈동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테이가 더블캐스팅됐다.

현실과 영화 속 인물로 등장할 영화제작자 버디 피들러와 영화계 대부 어윈 어빙은 정준하·임기홍, 현실의 버디 부인 칼라 헤이우드이자 영화 속 팜므파탈 어로라 킹슬리는 백주희·가희, 스타인을 사랑하는 버디의 비서 도나이자 탐정 스톤의 비서 울리는 박혜나·김경선, 스타인의 여자친구 게비이자 스톤의 전 연인 바비는 리사·방진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사이 콜맨이 ‘쏟아 부은’ 스윙과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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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The P.I.T)

“기본은 재즈예요. 작곡가 사이 콜맨이 초연을 의뢰받고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재즈를 쏟아 붓겠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코드나 리듬 자체가 재즈 스타일로 돼 있어요. 약간의 16비트나 ‘퍼니’(Funny) 정도가 있을 뿐 기본은 재즈의 스윙과 바운스죠.”

‘시티 오브 엔젤’ 넘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문정 감독은 “예를 들어 현실의 스타인, 가상 속 스톤, 버디가 같은 노래를 하는데 키도, 편곡도 다르다. 하지만 기본은 재즈”라며 “게비·바비 역의 리사·방진의 배우가 부르는 슬로 재즈, 스윙도 다 재즈”라고 부연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최재림 배우가 불렀던 ‘퍼니’가 재즈가 아닌 거의 유일한 넘버예요. 뮤지컬 ‘시카고’가 좀 모던한 재즈 느낌이라면 ‘시티 오브 엔젤’은 정통에 가까운, 1940년대 악기 편성, 창법 등의 재즈죠. 이 작품이 1980년대에 초연됐지만 이후 2010년 즈음에 리프라이즈된 넘버들이 있어요. 저희는 후자를 선택해 템포도, 편곡방향도 다르게 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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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The P.I.T)

이어 “연습하면서 백그라운드 뮤직(BGM)이 너무 많아져서 40개가 넘는다”며 “정통기법의 재즈지만 올드한 부분은 과감하게 빼고 무대감독님과 실시간으로 계산하면서 모자라다 싶으면 다른 음악을 가져오기도 한다. 때로는 있던 음악에 다른 음악을 붙이기도 하면서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저희 1막이 엄청 길어요.그래서 템포는 탄탄하고 쫀쫀하게 만들고 노래 반복도 과감하게 삭제하면서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죠.”

◇규칙 속 자유…재즈넘버, 어렵지 않아요!

“재즈라고 해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아요. 재즈에는 긱(Gig, 필요에 따라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했던 형태) 연주가 있잖아요. 한 코러스 돌면 애드리브하고 또 한 코러스하고….”

하지만 김 감독의 말처럼 “뮤지컬에서 애드리브는 위험요소가 좀 있다.” “배우는 멋있으라고 했는데 상대 배우나 관객들은 ‘뭐야?’ 싶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전언처럼 “무대라는 공간에서의 애드리브는 자칫 사고 혹은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드리브 구간을 정했어요. 공간과 드라마 안에서 규제되고 펼쳐질 수위를 정하는 거죠. 노래는 매일 밤 똑같지만 애드리브 구간에서는 배우마다 자유로울 수 있어요. 그 자유로울 수 있는 지점들을 배우들과 찾아가고 있죠.”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극을 여는 ‘오버추어’(서곡)부터 스캣(Scat, 의미가 없는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미국의 재즈 창법)으로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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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극을 여는 ‘오버추어’를 스캣으로 꾸렸다.(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

“시작부터 ‘우리 이런 음악이야’라고 알리는 거예요. 그렇다고 모든 넘버를 스캣으로 꾸리는 건 아니에요. 신을 만들면서 앙상블들이 ‘스톱, 스톱’이라든가 ‘두비두밥’ 정도의 스캣 한두 마디씩을 쳐 줄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어요. 탄탄한 원작을 논레플리카로 가져오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고 그런 시도들이 너무 재밌어요. 오경택 연출님이랑 약간이 아닌 많은 수정을 거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연습 중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죠.”

이어 김문정 감독은 “저희 작품은 대합창이 있는 서사극은 아니다”라며 “전체 출연자가 함께 부르는 넘버가 맨 마지막에 ‘끝났다’를 알리는 4소절 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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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The P.I.T)

“그래서 4명의 엔젤들(김찬례·윤지인·이준성·황두현) 활약이 큰 거예요. ‘엔젤스’ 오디션을 위한 제작진과 연출진의 작전이 있었죠. 정말 치열했어요. 일 대 일도 붙여보고 이 대 일, 남녀 붙이기 등으로 정말 다양하고 치열하게 오디션을 치렀죠. 그렇게 4명을 뽑고 누구 하나 펑크가 나면 안되니 스윙(백업 배우)처럼 ‘멀티’라는 이름으로 4명(김연진·안다영·이종석·이준용)을 더 둔 거죠.”

그리곤 “배우들 모두가 ‘오버추어’로 오디션을 봤다”며 “엔젤들과 멀티들 8명이 올라가는 장면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재즈를 기본으로 하지만 넘버를 막상 들어보시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나 오스카 피터슨 (Oscar Peterson) 같은 정통 재즈는 진짜 어려워서 못들어요. ‘시티 오브 엔젤’ 넘버는 꽤 대중적인 재즈들입니다.”

 이렇게 설명한 김문정 감독은 “사실 진짜 어려운 건 우리나라에서 멀티 연주자 찾기였다”며 “4개의 악기를 다 연주하는 포지션의 연주자 4명이 필요했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리드악기인 플롯·클라리넷·피콜로·색소폰을 한 사람이 연주해야 하죠. 그런 연주자 4명이 필요한데 그 층이 두텁지를 않아서 찾기가 쉽질 않았어요. 저희 팀원(김문정 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The M.C) 2명을 포함해서 간신히 꾸렸어요. 연주자들이 이렇게 일찍 악보를 찾아가 연주연습을 하기도 처음이죠.”

◇첫 호흡, ‘학구파’ 오경택 연출, ‘노래파’ 최재림·김경선, ‘연기파’ 방진의, ‘분위기메이커’ 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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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정 감독과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 오경택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

“오경택 연출님은 ‘학구파’신 것 같아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시죠. ‘여긴 좀 열어 놓고 가자’ 식이면 나중에 정리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져서 힘든 경우들도 있는데 연출님은 머릿속에 이미 계산이 다 서 있어요. 여기서 두 걸음을 걸으면 무대전환이 이렇게 되니 음악이 10초 정도 더 있어야 한다는 식이죠. 너무 놀랐어요.”

김 감독은 오경택 연출에 대해 “전체 그림을 먼저 훑으셔서 처음엔 그 템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며 “신을 만들면서 다져가기 보다는 전체를 계속 되풀이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제가 나무를 하나씩 만들어놓고 그것들을 모아 숲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면 연출님은 전체적인 구성을 잘 맞춰놓고 가시죠. 나무가 아닌 숲을 보시면서 가는 느낌이랄까요. 먼저 숲을 보고 가지치기를 하시는 방식이라 첫 작업인데도 합이 좋아요.”

김문정 감독은 오경택 연출 뿐 아니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재림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며 “본인이 얼만큼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기본적으로 소리가 좋으니 어떤 디렉션도 빨리, 잘 받아들이고 있어요. 방진의는 너무 연기를 잘하는 배우여서 꼭 한번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김경선도 마찬가지죠. 정준하 배우도 처음인데 개인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노력 중이죠.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셔서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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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The P.I.T)

더불어 이미 호흡을 맞췄던 강홍석, 이지훈, 테이, 리사, 박혜나 등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라 표현하며 “우리 엔젤들도, 캐릭터 분명한 조연들도 너무 좋다. 신인이지만 멜러리 역의 김소정 배우도 진짜 잘한다”고 평했다. 이어 “(김소정은) 오디션으로 발탁된 배우인데 그때부터 멜러리 같았다. 생각보다 비중 있는 배역을 원캐스트로 맡길 만 했다”고 덧붙이며 그부르에 대한 걱정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실 걱정은 재즈의 기본인 그루브예요. 배워서 만들기 보다는 몸에 익혀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루브를 타고난 배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요. 그루브가 몸에 밴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게 음악감독인 제 역할이죠. 꼼꼼하게 어떻게 노래하고 소리를 내야하는지부터 익숙해지도록 훈련시켰어요.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루브가 몸에 밴 듯 보이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