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할리우드엔 있고 충무로엔 없는 것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8-01 14:42 수정일 2019-08-01 14:44 발행일 2019-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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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디즈니의 해’다. 마블과 픽사, 루카스 필름 등을 거느린 디즈니는 올해 한국 영화계를 점령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필두로 ‘토이스토리4’는 온 가족이 보는 영화로 23년의 대장정을 마쳤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재창조된 ‘알라딘’은 흥행 역주행의 역사를 새로 썼다. ’라이온 킹’은 어떤가.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이온 킹’은 지난 30일 누적 관객수 400만명 돌파와 함께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이는 디즈니 영화 사상 최단 기간 흥행 속도다.

‘겨울왕국’(2014년)의 400만 돌파(개봉 15일만) 시점을 하루 앞당겼을 뿐 아니라 ‘미녀와 야수’(2017년, 18일), ‘알라딘’(2019년, 19일)의 기록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간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다인종을 포함한 캐스팅과 ‘PC(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묻은’ 분위기가 영화계를 재편한다고 분석한다. 성별, 종교, 성적 지향, 장애, 직업 등과 관련해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뜻의 PC는 한국영화계에도 도입이 시급하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젠더 스와프’(Gender Swap)다. 주류 영화 장르에서 여성들로 주연을 교체하는 현상은 올해 ‘걸캅스’의 손익분기점 돌파로 의미있는 첫 발을 내딛었다. 여성 콤비 형사물 ‘걸캅스’는 개봉 당시 최약체로 여겨졌으나 올 상반기 크게 웃은 영화로 등극했다. 명필름이 제작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힐링을 위해 소비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성적 지향이 다른 주인공을 번듯한 직업으로 등장시키는 영화만이 남았다. 이 문장 자체가 뭔가 차별로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너무 비주류로 영화에서 소비돼 왔다. 할리우드만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한국영화계라고 바뀌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