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남우현·켄·노태현, 신성우·문종원·김법래가 전하는 내 안의 욕망…뮤지컬 ‘메피스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28 14:00 수정일 2019-06-28 14:00 발행일 2019-06-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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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체코뮤지컬 ‘메피스토’, 김법래·문종원·김법래, 김수용·최성원·정상윤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과 남우현·켄·노태현, 아이오아이 출신 나영 등 아이돌 멤버 대거 캐스팅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칠서’ ‘아이언 마스크’ ‘서울의 달’ 등으로 호흡을 맞춘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콤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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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사진제공=메이커스)

“드라마를 뒷받침하는 연주곡들을 새로 작곡했고 1940년대에 맞춰 스윙 이전 빅밴드(재즈나 댄스음악을 연주하는 대편성의 악단) 음악에 주력했습니다.”

2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메피스토’(7월 28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음악적 변주에 대해 김성수 음악감독은 “밝음과 어둠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메피스토’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인간의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해 다루는 체코 뮤지컬로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이다. 70세의 교수 파우스트(김법래·문종원·김법래, 이하 가나다 순)와 그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하는 악마 메피스토(남우현·노태현·켄)의 이야기다.

메피스토
뮤지컬 ‘메피스토’(사진제공=메이커스)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칠서’ ‘아이언 마스크’ ‘서울의 달’ 등으로 호흡을 맞춘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신성우·문종원·김법래, 김수용 등 베테랑 뮤지컬배우들과 인피니트 남우현, 빅스 켄, 핫샷의 노태현, ‘프로듀스 101’이 탄생시킨 걸그룹 아이오아이 나영 등 아이돌그룹 멤버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프레스콜에서는 ‘위대한 파우스트’ ‘참을 수 없는 욕망’ ‘함께 한다면’(노태현·문종원·권민제·최성원 외), ‘헛된 인생’ ‘널 기다리는 건’ ‘다시 시작해’(켄·신성우·최성원 외), ‘심판하리라’(남우현), ‘빠체’(김수용)를 하이라이트 시연했다.

‘파우스트’의 특징은 극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중세 플로렌스에 맞는 전통 클래식 음악 5종류에 탱고, 중세 유럽 기사들의 행진곡, 팝 등을 가미해 변주한 넘버와 배우들의 1인 2역 연기가 특징이다.

40여개 안팎으로 잘게 쪼개 넘버링을 한 음악에 대해 김성수 음악감독은 “스몰 라이선스(음악과 대본 등만 가져와 국내에 맞춰 재창작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공연)지만 원곡에 손 댈 여지가 많이 않았다”며 “개개인의 넘버보다 유기적으로 엮인 음악이 작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면 재밌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돌들의 향연 “편견을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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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사진제공=메이커스)

“어려서 가지지 못한 문화적 지식, 극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아이돌그룹의 멤버가 뮤지컬 할 때 일반 뮤지컬 화법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성수 음악감독은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상대방과의 호흡 등 더 준비해야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그들이 하고 있는 최신 트렌드 음악 등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189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여자 보컬들이 보드빌쇼(189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버라이어티쇼)로 데뷔해 성공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브로드웨이 시작 즈음 역시 배우들 대부분 가수 출신이었죠. 아이돌이라고 나눠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노력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파우스트 역의 문종원 역시 “다양한 작품에서 겪고 지켜보다보니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열정과 집중력을 보이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대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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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사진제공=메이커스)

“(노)태현이는 처음이다 보니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듯 잘 해왔어요. 남우현, 켄 두 친구도 너무 멋져요. 켄은 전작(타이타닉)도 같이 했고 너무 믿는 사람이에요. 연기 호흡에 대해 이야기는 나눈 시간이 좋았어요. 늘어가는 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또 다른 파우스트 신성우는 “이 신과 대사를 배우에게 요구하는 이유를 연구하고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동료 배우들과 많은 땀을 흘리고 믿음을 가진 상태에서 관객을 만나면 실패는 없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연기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태현은 데뷔무대여선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켄은 개인 스케줄 없이 모니터를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데뷔작부터 1인 2역을 소화해야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노태현은 “두 캐릭터를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어려웠고 고민도, 캐릭터 해석도 많았다”며 “신성우, 김법래, 문종원 선배님, 같은 역할의 켄, 남우현 형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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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사진제공=메이커스)

켄 역시 “신성우, 문조우언, 김법래 형님 공연을 많이 관람하면서 느끼고 배웠다”고 말을 보탰다. 남우현은 “두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두 캐릭터의 차이를 “템포로 표현했다”고 털어놓았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보다 걸음걸이, 말하는 속도 등이 좀더 빠를 거라고 생각해서 연기했어요. 파우스트는 메피스토가 인간의 욕망을 끄집어내 이용하는 꼭두각시로 생각했죠. 메피스토러서 제가 끄집어내 연기하는 파우스트는 템포도, 말하는 것도 느리고 생각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메피스토’ 마르게타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아이오아이 출신의 나영은 “관심은 있었지만 많이 접해보지 못해 낯설고 어려운 부분도 많은데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힘든 만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남우현은 “무대 위에서 많은 분들이 재밌고 신나게 가슴을 울리고 있다”며 “더불어 장면장면마다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덧붙였다.

“우리 ‘메피스토’는 마음 속으로는 큰 욕망과 야망 가지고 있지만 감추고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저 역시 그럴 때가 있어요. 이 극을 하면서 ‘내가 언제 어떤 야망과 욕망을 가졌나’ 싶게 감추고 살았음을 깨달았죠. 보다 많은 분들이 언젠가는 주변에, 세상에,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의 욕망을 표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