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현석이 놓친 세 가지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06-26 14:46 수정일 2019-06-26 14:49 발행일 2019-06-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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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둘러 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올 초 빅뱅 멤버 승리가 개입된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촉발된 YG 사태는 수장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탈세·성접대 논란 및 아이콘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 등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양현석과 그의 동생 양민석 대표 이사까지 퇴진했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엔 부족해 보인다. 왜 대중은 YG에 이렇게 뿔이 났을까.

양현석은 대중친화적인 아이돌 그룹을 키우면서 세 가지를 놓쳤다. 첫 번째는 범법행위의 방조다. 빅뱅 지드래곤, 탑, 투애니원 박봄, 스타일리스트 양갱까지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들의 약물사건이 이어졌지만 일탈을 추궁하기는커녕 방조하고 감싸 안았다.

두 번째는 일방적이고 제왕적인 소통방식이다. YG는 2011년 코스닥 상장 후 기자 출신 홍보팀 이사를 채용하는 등 겉으로는 대언론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양현석은 특정 언론사 및 방송사만 챙기는 모습으로 반감을 샀다. 소속 연예인의 뮤직비디오가 심의에 걸릴 경우 해당 방송사를 보이콧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고스란히 실어주는 일부 언론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몇몇 연예 언론사는 YG의 기관지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는 반성 없는 모습이다. 양현석은 지난 14일 퇴진 당시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것을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고 밝혔다. 각종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제보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24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양현석의 해외 원정 성매매 의혹을 보도했다. 양현석은 ‘스트레이트’ 팀이 처음 성접대 의혹을 보도했을 때에도 MBC 고위층에 전화해 보도를 무마하려 했다. 반성 없는 자기 중심적 사고, 대중이 K팝의 제왕에 등을 돌린 이유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